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프랑스 양자컴퓨팅 기업 파스칼과 손잡고 자국 첫 양자컴퓨터의 공식 가동에 들어가면서, 중동 지역의 첨단 기술 인프라 경쟁이 한층 본격화됐다.
아람코는 18일 현지시간 사우디 다란의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가동 기념식을 열고, 중동 최초의 서비스형 양자 컴퓨팅 플랫폼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서비스형 양자 컴퓨팅은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장비를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컴퓨터 성능을 빌려 쓰는 방식이다. 이번 개통으로 전 세계 기업과 연구기관은 보안이 적용된 클라우드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 설비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도입된 장비는 파스칼의 양자처리장치로, 중성원자 기술을 바탕으로 200개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큐비트(양자컴퓨터의 정보 처리 기본 단위)를 제어한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순차적으로 계산하던 복잡한 문제를 훨씬 효율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큰 기술로 평가받는다. 특히 변수와 경우의 수가 매우 많은 산업 현장에서는 물류 경로 최적화나 소재 탐색 같은 작업에서 활용 기대가 크다.
아람코에 따르면 이 양자컴퓨터는 지난해 11월 설치됐고, 이번 공식 가동을 계기로 항만 물류 최적화, 이산화탄소 저장, 시추 위치 선정, 시추선 일정 조율, 재료과학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 실무 운영에 들어간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에너지 기업이 양자 기술을 실제 사업 현장에 접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석유와 가스 산업은 탐사부터 운송, 저장까지 계산량이 방대한 문제를 안고 있어 양자기술을 시험하기에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이번 프로젝트는 사우디가 추진하는 국가 전략인 ‘비전 2030’과도 맞닿아 있다. 사우디는 원유 중심 경제 구조를 완화하고 지식 기반 산업을 키우기 위해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양자 기술 같은 미래 산업 투자를 확대해 왔다. 아람코 역시 이 플랫폼의 초기 핵심 고객으로 참여하면서, 기존 컴퓨터만으로는 처리에 한계가 있는 영역에서 양자-하이브리드 해법(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함께 쓰는 방식) 개발 로드맵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아람코는 2023년 1월 벤처캐피털 자회사 와에드 벤처스를 통해 파스칼에 처음 투자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중동이 에너지 수출 지역을 넘어 첨단 연산 인프라와 산업 응용 기술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 잡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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