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최소 200억 달러, 우리 돈 약 30조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면서 인공지능 산업 확장기에 대형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자금 조달 흐름이 다시 뚜렷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이날 회사채 발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토 중인 채권 만기는 2년물부터 30년물까지로 알려졌고, 가장 만기가 긴 30년물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보다 0.9%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거론되고 있다. 회사채는 기업이 투자자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시장에서는 발행 규모와 금리 조건을 통해 해당 기업의 자금 수요와 신용도를 함께 가늠한다.
엔비디아가 회사채 시장에 나서는 것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우선 미지급 부채 상환에 투입될 예정이지만, 시장은 그 이상의 의미에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로버트 시프먼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장기 채권을 활용하면 현재 AA 등급의 신용도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전략적 인공지능 협력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금 보유 여력이 크더라도 성장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때는 주식 발행보다 회사채 발행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막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최근 공격적으로 투자 대상을 넓혀왔다. 지난해에는 50억 달러 규모의 인텔 지분을 인수했고, 앤트로픽에는 1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올해 2월에는 오픈AI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자에 머물지 않고, 생성형 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에 영향력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런 전략은 단순한 설비 투자와 달리 대형 지분 투자, 협력 계약, 장기 공급망 구축에 많은 자금을 한꺼번에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채권 발행 확대와 맞물린다.
엔비디아의 움직임은 개별 기업의 결정에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 열풍이 본격화한 뒤 미국 대형 기업들은 채권시장을 통해 대규모 실탄 마련에 나서는 사례를 잇달아 보여왔다. 올해 2월에는 알파벳과 애보트가 각각 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고, 오라클은 250억 달러 회사채를 찍었다. 3월에는 아마존이 370억 달러, 세일즈포스가 250억 달러를 조달했고, 4월에는 메타도 25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기준금리 수준이 여전히 낮지 않은 환경에서도 초대형 우량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적극적인 것은,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처질 때의 기회비용이 이자 부담보다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인공지능 관련 투자와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가 이어지는 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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