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가 26억달러 규모 대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수익률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면서, 한동안 뜨거웠던 인공지능 인프라 자금 조달 시장이 이제는 훨씬 보수적인 심사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가 뚜렷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가 31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코어위브는 앤트로픽과 맺은 전산 자원 공급 계약을 담보로 한 이번 대출 프로젝트에서 초반 투자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자 조건을 크게 손봤다. 대출 채권의 연수익률은 9.1% 수준으로 높였고, 채권단의 손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보호 조항도 추가했다. 최근 인공지능 관련 종목 전반에 투매가 나타나고 대규모 투자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이 예전처럼 성장성만 보고 자금을 내주지 않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핵심 장치는 이른바 현금흐름 락박스다. 이는 특정 계약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다른 용도로 돌리지 못하게 묶어 두고, 우선적으로 빚을 갚는 데 쓰도록 하는 구조다. 이번 경우에는 앤트로픽 계약에서 나오는 매출이 부채 상환에 최우선 배정된다. 이 장치는 코어위브가 대출 원금의 50%를 갚을 때까지 유지되며, 서버 임대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때도 작동한다. 쉽게 말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미래 성장 기대보다 실제 현금흐름을 더 단단히 붙잡아 두겠다는 안전장치가 붙은 셈이다.
이 변화는 코어위브만의 문제가 아니라 월가의 자금 공급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코어위브는 최근 2년 동안 클라우드 계약을 담보로 비교적 손쉽게 대출을 끌어왔지만, 이제 같은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어위브의 신용부도스와프, 즉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성격의 비용인 CDS 프리미엄은 최근 855베이시스포인트(1베이시스포인트=0.01%포인트)까지 올라 대규모 인공지능 투자 기업 가운데 가장 높았다.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시장이 그만큼 부도 위험을 크게 본다는 뜻인데, 블룸버그는 이를 바탕으로 시장이 향후 5년 안에 코어위브가 부도에 이를 가능성을 약 5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조건을 고친 뒤 투자 심리가 완전히 식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됐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코어위브가 양보안을 내놓은 직후인 30일 오전에는 대출 목표액의 3배가 넘는 90억달러 규모 매수 주문이 몰렸다. 회사 측도 이번 자금 조달 결과에 만족한다며,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새로운 금융 구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조건 조정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사례는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자금 수요 자체는 여전히 강하지만, 앞으로는 계약의 질과 현금창출력, 투자자 보호 장치가 더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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