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 "메모리 가격 100년 만의 홍수"

| 김민준 기자

팀 쿡(Tim Cook) 애플(Apple·$AAPL) 집행의장이 CEO 임기 마지막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비유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메모리와 저장장치 공급을 빨아들이면서 완제품 업체의 비용 부담이 가격 결정 단계까지 번졌다는 설명이다.

쿡은 7월 30일 2026회계연도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가격 측면에서 우리는 마지못해 가격을 올렸다"며 "메모리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100년 만의 홍수'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조정의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 4월 보도자료에서 쿡이 9월 1일 CEO 자리에서 물러나 집행의장을 맡고, 존 터너스(John Ternus) 애플 CEO가 후임으로 취임한다고 밝혔다. 쿡은 여름 동안 터너스와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집행의장으로서 글로벌 정책 담당자와의 소통 등 일부 업무를 지원하기로 했다.

메모리 가격 압박은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낸드, SSD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소비자용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메모리도 같은 공급망 안에서 경쟁한다.

AI 서버 투자가 늘수록 완제품 업체는 필요한 부품을 더 비싼 가격에 확보해야 하는 구조에 놓인다. 서버용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가 먼저 공급을 흡수하면, 소비자 전자제품 제조사는 원가와 출하 계획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

쿡은 같은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이 3월 분기보다 6월 분기에 더 높은 메모리 비용을 지불했고, 9월 분기에도 더 높은 비용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보유 재고와 비메모리 부품 가격 하락이 비용 부담을 일부 상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 결정이 판매량, 매출, 마진을 함께 보는 판단이라고 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모두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보다 제품별 수요와 수익성을 함께 따질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내 독자에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맞물린다. 두 회사는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 기업이다. 본지는 앞서 AI 서버 수요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흡수하면서 애플에도 부품 가격과 공급 제약이 부담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번 쿡의 발언은 그 압박이 완제품 가격 결정 단계까지 번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서버와 HBM 수요 확대가 메모리 업체에는 수요 기반을 넓히는 요인이지만, 스마트폰과 PC 제조사에는 원가 관리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스마트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이미 거론됐다. 본지는 카운터포인트와 IDC 자료를 토대로 메모리 공급 제약과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 제조사의 출하 조정과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발언은 프리미엄 제품을 파는 대형 제조사도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신호다. 다만 메모리 가격 상승이 곧바로 특정 종목의 주가 흐름이나 소비자 가격 전반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쿡은 제품별 인상 폭이나 향후 가격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메모리 가격이 애플 실적과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은 향후 공급 계약, 재고 소진 속도, AI 데이터센터 투자 집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애플은 터너스 CEO 체제로 전환한 뒤 첫 가을 신제품 공개 일정을 앞두고 있다. 메모리 비용 상승분이 신제품 가격과 마진 전망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다음 확인 지점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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