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트데이터, AI 시대의 '운영체제' 공개…에이전트 컴퓨팅 본격화

방대한 데이터를 초석 삼아 AI 시대의 차세대 운영체제(OS)를 개발해온 바스트데이터(Vast Data)가 마침내 야심작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독립 실행형 에이전트들이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며 실시간 결정을 내리는 이른바 ‘에이전트 컴퓨팅’ 시대를 위한 *AI 기반 운영체제*를 발표하며 AI 인프라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AI OS는 지난 10년에 걸친 기술적 진화의 정수다. 바스트데이터는 저장 장치와 연산 자원을 분리하는 독자적 구조인 ‘DASE(Disaggregated and Shared-Everything)’를 출발점으로 삼아 시스템 전반을 설계해왔다. 덕분에 플랫폼은 기존 시스템의 제약을 벗어나, 수많은 AI 클러스터를 연결하고 수 페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제프 덴워스(Jeff Denworth) 공동 창업자는 “이제 전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이 *에이전트 기반 업무 처리 모델*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며 “일부 고객사는 직원당 4배의 업무 효율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과거 PC, 모바일, 클라우드 등장 시기마다 새로운 운영체제가 생겨났듯이, AI 시대에도 그에 걸맞은 운영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OS는 컴퓨트, 스토리지, 메시징, 추론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모듈형 시스템이다. 클라우드, 엣지, 온프레미스 등 다양한 환경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며, 내부에는 서비스 관리를 위한 커널과 에이전트 배포용 런타임, 실시간 이벤트 처리, 구조·비구조 데이터 전용 분산 파일 시스템까지 포함돼 있다. 현재 바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100만 개 이상의 GPU와 호환 가능한 확장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출시의 핵심은 ‘에이전트엔진(AgentEngine)’이다. 이는 AI 에이전트를 양산, 배포, 모니터링할 수 있는 런타임 및 개발 환경으로, 파이썬 기반의 저코드 개발툴과 데이터 파이프라인 연동, 추론 체이닝 등 고도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아울러 바스트는 범용 챗봇, 데이터 정제 도우미, 규제 준수 자동화 도구부터 바이오인포매틱스 등 특정 산업에 맞춘 *도메인 특화형 에이전트*까지 매달 오픈소스로 제공할 계획이다.

흥미로운 점은 바스트가 모델 자체를 훈련하거나 생성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는 사실이다. 덴워스는 “세상에 이미 충분히 똑똑한 모델이 많은 만큼,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모델을 보다 쉽게 배포하고 셀프매니지드 환경에서 잘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방형 표준에 대한 약속도 분명했다. 바스트는 앤트로픽(Anthropic)이 제안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을 비롯해 구글(GOOG)의 에이전트2에이전트 프로토콜까지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호운용성 확보는 에이전트 기반 생태계의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2016년 설립된 바스트는 현재까지 누적 소프트웨어 매출이 약 2조 8,800억 원($2B)을 돌파했으며, 2023년 말 1억 1,800만 달러(약 1,7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투자 이후 기업가치가 9조 4,500억 원($9.1B)을 넘었다. 하지만 덴워스는 “당시 이미 흑자 구조였기에 외부 자금 유치는 전략적인 차원이었다”고 밝히며 자금 경색 우려를 일축했다.

신제품 배포와 동시에 바스트는 글로벌 사용자 확보를 위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교육 워크숍도 전개할 예정이다. *에이전트 컴퓨팅*이 AI 산업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는 가운데, 바스트의 이번 출시는 업계에 강력한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