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수합병, '기술 쇼잉'에서 '실전 경쟁력'으로 무게 이동

AI 산업의 판도가 변화하면서 인공지능 관련 인수합병(M&A) 양상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기술적 파괴력이나 혁신성이 주된 거래 요소였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생산 인프라 확보와 현장 적용 가능성이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오픈AI(OpenAI)가 AI 모델 배포와 조율 기술을 가진 Io를 약 8,600억 원($6.5B)에 인수한 사례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눈길을 끈 것은 금액이 아니라, 무엇을 노리고 샀는가에 있다.

2024년 상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AI M&A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62건에 이르렀으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한 수치다. 표면적으로는 뜨거운 시장처럼 보이지만, 수치 뒤엔 또 다른 맥락이 숨어 있다. 거래 규모의 중앙값은 6750만 달러(약 974억 원) 수준에서 정체된 반면, 평균값은 4억 3,500만 달러(약 6,264억 원)를 넘어서며 양극화를 드러냈다. 이는 극소수의 고부가가치 인프라 기술을 확보하려는 대형 인수와, 상대적으로 소규모지만 실용성 높은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려는 전략적 인수가 동시에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주요 거래 외에도 내부 자동화, 전문 도메인 최적화, 엣지 케이스 대응 등에 강점을 지닌 기업들이 조용히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본 효율성이 우수하고 구체적인 문제 해결 역량을 보유한 곳들로, 다수의 인수 기업들은 이들 스타트업을 통해 본업의 실질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화려한 멀티 모델보단 실용적 최적화 기술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이들의 존재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 참여자 구성에도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그간 엔비디아(NVDA), 오픈AI처럼 AI 중심 기업들이 주류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마스터카드(MA), 서비스나우(NOW), 액센추어(ACN) 등 기존 산업군의 상위 기업들이 전략적 목적으로 M&A 시장에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 시연이나 실험이 아닌, 실질적으로 산업 시스템에 내장되어 안정적으로 운영 가능한 AI 기술을 찾고 있다. 특히 규제가 까다롭고 정밀성이 요구되는 헬스케어, 금융, 법률,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이러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리셋’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공지능이 이제 더 이상 탐구 대상이나 상징적 기술이 아닌, 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필수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실리 위주의 M&A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들에게 이 흐름은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기술의 정교함 자체보다는, 경쟁자가 쉽게 대체하기 어렵고 기존 시스템과 무리 없이 결합될 수 있는 ‘속도감 있는 실행력’이 전폭적인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많은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확실한 문제 해결력을 입증하고 실제 산업 내 도입 사례를 축적하는 것이 인수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앞으로의 인공지능 산업은 말 없는 승리자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미디어 노출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M&A 시장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산업의 진화이자, AI 비즈니스가 본격적인 체력 싸움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