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숙련 인력 부족과 공급망 불안정이 장기화되면서, 인공지능(AI)이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현장의 전략적 전환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AI의 본질적 역할이 공정 자동화보다는 인간의 역량을 증강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QAD의 최고경영자 산제이 브라마와(Sanjay Brahmawar)는 "AI는 이제 작업자의 숙련을 강화하는 외골격과도 같다"고 강조하면서, AI가 단순한 효율화가 아닌 근로자의 판단력을 보완하고 생산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마와는 최근 개최된 'QAD 챔피언스 오브 매뉴팩처링 2025' 행사에서 AI의 적용 방식에 대해 "현장 전문가가 진정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에이전트 AI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공장의 완전 자동화보다는 사람 중심의 융합형 AI 도입이 산업계의 미래 비전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조업계의 심각한 노동력 부족은 이 같은 변화의 직접적 동인이 되고 있다. 미국 내 제조업 현장에는 현재 약 50만 개의 일자리가 비어 있으며, 2033년에는 200만 개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이에 브라마와는 "생산성 중심의 시스템 전환"과 "차세대 인재 유인"을 AI 활용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기존 인력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고, 낡은 시스템을 '행동 중심 시스템'으로 재설계해야 젊은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고객사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브라마와는 "AI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6%의 생산성 향상은 3개 라인의 비용으로 4개 라인의 생산량을 확보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클라이언트들은 비용 의식이 철저하지만, 같은 인력으로 한 라인을 더 가동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투자 수익"이라는 그의 설명은 제조 AI의 체감형 가치에 방점을 찍는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브라마와가 주장하는 AI의 도입 기준이 ‘무엇을 자동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AI가 지원하는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디지털 전환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현장의 변화는 기업 내부의 기술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간 백오피스 시스템 최적화에 머물던 AI는 이제 현장 중심의 생산성 엔진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산업 디지털화의 중요한 전환점을 예고한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당장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가시적 성과인 것이다.

제조업에서의 AI는 더는 미래 기술이 아니다. 노동력 공백 속에서도 생산을 지속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 도구가 돼야 한다. 브라마와의 말처럼 "우리가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을 기술에 맡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영향을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느냐"이다. 이는 제조업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전환이며, AI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