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음반사인 워너뮤직그룹(Warner Music Group, WMG)이 AI 음악 생성 플랫폼 선오(Suno)와 법적 분쟁을 마무리 짓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AI 기반 생성 음악에 대한 저작권 우려가 제기됐던 상황에 전환점이 마련된 셈이다.
이번 합의는 WMG가 2024년 선오와 오디오(Udio)를 상대로 제기한 ‘광범위한 저작권 침해’ 소송의 일환이었다. WMG는 미국음반산업협회(RIAA) 소속 음반사들과 함께 선오가 정상적인 라이선스를 거치지 않고 기존 가수의 음원을 학습데이터로 활용했다며 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WMG 측은 당시, 이러한 AI 기업들이 시장을 ‘침투(saturate)’하면서 창작자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지난주 WMG는 오디오와 먼저 비공개 합의에 도달하며 AI 음악 생성 플랫폼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이번엔 선오와도 유사한 방향의 협력이 구체화됐다. 선오는 "아티스트, 작곡가, 창작 커뮤니티 전체를 위한 보상을 약속했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자사 사용자들이 WMG 소속 아티스트 기반의 AI 음악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로버트 킨슬(Robert Kyncl) WMG 최고경영자는 이번 협약을 “창작자 커뮤니티에 의미 있는 승리이며, 선오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수익성과 팬 경험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AI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선 “정식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음악의 가치를 온·오프 플랫폼에서 충분히 반영하고,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음성, 이미지, 이름, 저작물을 새로운 AI 노래에 활용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옵트인’ 방식이 원칙”이라며 AI 기술의 활용 기준을 분명히 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법적 해결을 넘어서, 선오의 기존 모델을 폐기하고 새로운 라이선스 기반 모델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운로드 기능에도 변화가 생긴다. 앞으로 선오에서 생성된 음악은 유료 구독자만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일정 수 이상의 다운로드를 원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기존에 AI 음악이 스트리밍 플랫폼을 무차별적으로 점령했던 혼란을 줄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마이키 슐먼(Mikey Shulman) 선오 CEO는 “WMG와의 협력은 선오의 기능 고도화는 물론 창작 생태계 확장에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 기회를 늘리고, AI를 통해 음악의 본질적 가치를 수십억 인구에게 확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AI 음악 스타트업에 대한 업계의 시선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선오는 최근 엔비디아(NVDA)의 주도로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완료하며 기업 가치를 24억 5,000만 달러(약 3조 5,200억 원)로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 라운드 대비 4배 이상 성장한 수치로, AI 음악 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AI 생성 음악을 둘러싼 갈등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WMG와 선오의 협력은 산업 전환의 초기 징후로 평가받고 있다.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AI 기술을 창의성과 수익성의 새로운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