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 사용자 통제 강화는커녕 오히려 프라이버시 위협 심화

블록체인이 사용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원래의 약속과 달리, 웹3는 오히려 일상적인 금융 거래까지 외부에 노출시키며 프라이버시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미드나이트(Midnight)의 최고기술책임자 벤자민 벡만(Benjamin Beckmann)은 웹3가 사용자에게 통제권을 되찾아줄 수단이 되기는커녕, 실상은 과도한 투명성으로 인해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더 큰 노출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는 커피 한 잔을 결제해도 거래 정보는 사용자와 은행 사이에만 공유되며 외부에 공개되지 않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웹3 환경에서는 동일한 거래가 공개 원장에 영구히 기록되어 누구든 열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복적인 거래 패턴, 익명 지갑 간의 상호작용, 중앙화 거래소(KYC 기반)와의 연결성 등을 통해 사용자의 신원 및 소비 습관이 추적 가능하다는 점에서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위험은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예컨대 NFT 마켓 오픈씨(OpenSea)에서 발생한 피싱 공격 사례처럼, 블록체인 거래 내역을 분석한 공격자가 고가 자산 보유 지갑을 추적해 170만 달러 상당의 자산을 탈취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또한, 메타데이터 노출도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코인게코(CoinGecko)가 보고한 보안 침해 사례에서는 해커가 190만 명의 사용자 이메일, IP 주소, 구독 정보 등을 확보한 후 2만3000건 이상의 피싱 메일을 발송했다. 이처럼 블록체인 거래와 외부 메타데이터가 결합될 경우, 실제 개인 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기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온체인에서 공급망 거래 내역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경쟁사가 거래 시기나 패턴을 추적해 전략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벡만은 웹3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프라이버시 중심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데이터 수집 자체를 최소화하는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Privacy-by-Design)’ 접근 방식을 도입하고, 민감한 정보를 사용자의 기기 내부에만 저장하는 기술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핵심은 '선택적 정보 공개(Selective Disclosure)'로, 이는 사용자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제출하도록 하여 과도한 데이터 공유를 방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대출 신청 시 전체 금융 이력 대신 필수 소득 정보만 공유하거나, SNS 계정 개설 시 위치나 생년월일 등 불필요한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의료, 교육, 고용 등의 분야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 최소한의 정보로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웹3는 분명히 투명성과 자율성 측면에서 진보를 이루었지만, 사용자의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동시에 지키는 설계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기술적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벡만은 개발자와 보안 전문가들이 거래 메타데이터의 생성 자체를 줄이고, 유저의 거래 패턴을 식별 불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웹3가 진정한 사용자 중심의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투명성과 보호의 균형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