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보유 자산이 퀀텀 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토시가 채굴한 것으로 알려진 109만 6,000개의 비트코인, 현재 시세 기준 약 1,66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향후 수년 안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크립토 데이터 플랫폼 아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사토시 지갑은 2009년 비트코인 초기부터 2010년까지 약 22,000개의 블록을 채굴하며 BTC를 축적했다. 이 지갑은 2010년 이후 한 번도 거래된 적 없이 사토시가 디지털 무대에서 사라진 이래로 조용히 유지돼 왔다. 당시 블록 보상은 블록당 50 BTC로, 총 보유량은 109만 6,000 BTC이며, 현재 비트코인 시세(1BTC = 109,125달러 기준)를 적용하면 약 1,660조 원(약 1196억 4,000만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캐프리올 인베스트먼트의 창립자 찰스 에드워즈(Charles Edwards)는 “2~8년 안에 양자 컴퓨터가 비트코인의 보안 체계를 뚫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예측은 과학적으로 계산된 시간표이며, 지금 당장 비트코인을 양자 저항적(quantum-resistant) 구조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에드워즈는 특히, 변화가 없다면 사토시 보유 코인이 암호 키 훼손을 통해 무단 이동되거나 대량 매각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우려를 더했다.

양자 컴퓨팅 기술은 기존 암호 알고리즘을 무력화할 수 있는 ‘양자 세계’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업계에서는 이에 대비한 보안 체계 개편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수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현재 ECDSA(타원 곡선 디지털 서명 알고리즘)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고도 양자 컴퓨터에 의해 해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비트코인 개발 커뮤니티에서는 양자 저항형 암호 방식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간 프로젝트는 아직 극히 소수다. 그러나 에드워즈의 발언처럼 시간표가 가시화되면 보다 구체적인 조치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특히, 사토시 보유량처럼 다년간 유휴 상태였던 고액 지갑들이 양자 컴퓨팅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편, 거래 이력이 전무한 사토시 지갑의 존재는 오랜 시간 암호화폐 업계에서 판도라의 상자로 존재해왔다. 이 지갑이 ‘움직이기 시작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상상 이상의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위협과 함께 심리적 리스크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사토시의 비트코인이 움직일 기미는 없지만, 기술 변화의 속도를 감안하면 ‘영원한 은닉 자산’이라는 장담도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양자 기술 발전과 함께, 비트코인이 과연 그 보안성과 불역성(immutability)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