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Larry Fink) 최고경영자(CEO)가 "우리는 지금 자산 토큰화의 서막에 서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의 디지털화가 금융의 다음 큰 물결이라고 강조하며, 비트코인(BTC) ETF를 넘어 온체인 실물 자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핑크 CEO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통 자산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완전히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통 자산의 디지털 전환을 단순 기술 변화가 아닌, 10년 후 블랙록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규정했다.

그는 특히 “전 세계 디지털 지갑에 존재하는 4조 1,000억 달러(약 5,699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미국 외부에 있다”며, “만약 ETF를 토큰화하고 이를 디지털형 상품으로 구성할 수 있다면, 기존 암호화폐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퇴직연금 같은 전통 장기투자 상품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은 이미 실물 자산 토큰화 시장에서 선두주자다. 토큰 기반 머니마켓펀드인 BUIDL은 현재 28억 달러(약 3조 8,920억 원) 규모로 운용 중이며, 세계 최대 비트코인 ETF IBIT 또한 1,000억 달러(약 139조 원) 이상의 운용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핑크는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혹은 기술·암호화폐 거품이든 관계없이 중요한 것은 시장에 머무르면서 사이클을 견디는 것"이라며 장기 투자 관점의 시장 접근 방식을 강조했다.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 자체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데이터 플랫폼 RWA.xyz에 따르면 현재 온체인 상의 RWA 가치는 338억 달러(약 46조 9,820억 원)로 연초 대비 115% 뛰어올랐다. 특히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은 '사모 대출 채권 토큰화'가 전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이더리움(ETH)은 여전히 RWA 분야의 절대 강자로 평가된다. 이더리움 메인넷의 점유율은 57%지만, 확장성 높은 레이어2인 폴리곤(MATIC), 옵티미즘(OP), 아비트럼(ARB) 등을 포함하면 점유율은 무려 78%에 달한다. 이 같은 배경에서 블랙록이 이더리움 기반 인프라를 지속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블랙록은 그간 암호화폐·블록체인에 대해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핑크 CEO의 발언은 향후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자산의 본격적인 융합 시대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RWA, 특히 토큰화 ETF가 자산운용사의 새로운 성장 구간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며, 전통 시장과 디지털 자산 세계를 잇는 본격적인 교차 투자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