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레저(XRPL)가 자체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을 네이티브로 탑재하며 중요한 기술적 이정표를 달성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XRPL 개발자 커뮤니티에 보다 복잡한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 구축을 가능케 하며, 리플(XRP)의 네트워크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XRPL 랩스와 자하우(Xahau)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니스 앤젤은 XRPL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이 현재 전용 테스트넷인 알파넷(AlphaNet)에서 개발자들이 직접 실험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스마트컨트랙트는 네이티브 레이어1 수준에서 제공되며,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스타일과 유사한 설계 철학을 수용하면서도 XRPL 고유의 트랜잭션 구조 및 기능성과 통합됐다.

기존 스마트컨트랙트와 달리 XRPL의 새 기능은 고유노드리스트(UNL)의 승인을 요구하지 않으며, XRPL의 모든 기능에 즉시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 지원, 온체인 인터페이스 정의 및 읽기 쉬운 ABI(어플리케이션 바이너리 인터페이스) 제공을 통해 개발 편의성을 높였다.

2026년 1분기 중 출시가 예정된 첫 번째 기능 ‘스마트 에스크로(Smart Escrow)’는 사용자가 조건에 따라 커스텀 릴리스 규칙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 디지털 자산 관리에 유연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에는 크로스체인 브리지, 디파이(DeFi) 파생상품, NFT 마켓플레이스를 포함한 다양한 활용예가 가능한 프로토콜 확장이 예고됐다.

한편 XRP 레저는 최근 통산 100,076,708번째 블록이 생성되며 100만 개 블록 돌파를 기념했다. 시장분석업체 샌티멘트(Santiment)는 이달 5일 기준으로 이틀간 2만 1,595개의 신규 XRP 지갑이 생성됐다고 밝혔다. 이는 8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눈에 띄는 점은 네트워크 신뢰도다. XRPL은 지난 2012년 6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 가동률이 99.999%에 달하며, 13.4년간 단 두 차례만 단기 점검이 있었다. 첫 정지는 2024년 11월 25일 10분간 발생했으며, 두 번째는 2025년 2월 4일 64분간의 합의 중단 현상이 있었다.

이번 스마트컨트랙트 도입은 리플과 XRP 생태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XRPL 고유의 트랜잭션 처리 능력과 결합된 프로그래머블 기능은 향후 디파이, 게임, 자산 토큰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리플의 기술 비전이 당면 과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