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시장 올인한 금융앱, ‘카지노식’ 제품이 되레 독 될 수 있다

금융 플랫폼들이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s) 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장기 사용자를 잃는 ‘카지노식 이탈 현상(user churn)’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벤처 캐피탈 기업 인버전캐피탈의 창업자 겸 CEO 산티아고 로엘 산토스는 주말 자신의 블로그에서 “예측 시장의 기본 개념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로빈후드(Robinhood)와 같은 주류 금융 애플리케이션에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사용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카지노처럼 앱 이탈이 빨라지면서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지노 안에서 오래 머물수록 계좌 청산 확률이 높아지고, 청산된 사용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탈 사용자의 가치는 ‘제로’다”라는 것이다.

2025년 들어 로빈후드는 예측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와 제미니(Gemini) 역시 스포츠, 정치 등 실시간 이벤트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관련 시장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코인베이스는 지난주 칼시(Kalshi)와 협업해 ‘모두를 위한 앱(everything app)’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예측 시장을 포함한다고 발표했으며, 제미니 계열사 역시 최근 미국 예측 시장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하지만 산토스는 이같은 방향성이 금융 앱 본연의 목적과 충돌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로빈후드 같은 플랫폼은 본래 기존 금융 기관보다 더 단순하고, 접근성 높고, 디지털 친화적이라는 이유로 실패하지 않고 성장했다”며, “그러나 고객은 나이가 들면서 다른 금융 니즈를 갖게 된다. 이들을 계속 붙들어두려면 투기가 아닌 ‘생활밀착형 금융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예로 든 제품은 신용카드, 보험, 저축 상품이다. 이는 처음에는 ‘지루해 보이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장기 유지를 유도하고 사용자 생애 가치를 높이는 핵심 기능이다. 산토스는 “제품군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기업이야말로 장기 성과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다듬어진 금융 슈퍼앱은 이탈률 자체를 핵심 리스크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블록체인 기반 예측 시장은 2024년 미국 대선을 계기로 급격히 성장했다. 이에 맞춰 로빈후드는 지난 3월 칼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관련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단기적으로는 예측 시장 도입이 밸류에이션에 긍정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사용자 계좌 청산과 사용 시간 단축 등은 궁극적으로 플랫폼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산토스의 시각이다.

예측 시장이 화려하게 보일 수 있는 지금, 진짜 경쟁력 있는 금융 플랫폼은 사용자의 미래와 함께 성장하려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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