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이 24시간 거래와 낮은 비용 등을 이유로 기존 금융 플랫폼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로 거래를 옮기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가상자산뿐 아니라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원자재, 귀금속 등 전통 금융 자산까지 취급하면서 투자 플랫폼 간 경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MEXC와 시장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CoinGecko)가 공동 발간한 'How Crypto Exchanges Are Reshaping Traditional Asset Trading' 보고서에 따르면 13개 언어권의 글로벌 투자자 6천1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통 금융 투자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74.2%가 기존 금융 플랫폼에서 하던 거래의 일부 또는 전부를 암호화폐 거래소로 이전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83.3%는 앞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전통 금융 자산 거래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보고서는 설문조사와 함께 바이낸스(Binance), OKX, 바이비트(Bybit), 비트겟(Bitget), 게이트(Gate), MEXC 등 주요 중앙화 거래소(CEX)의 전통 금융(TradFi) 상품 거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근 투자자들의 거래 행태 변화를 살펴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기존 금융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가장 큰 불편으로 꼽은 요인은 제한적인 거래시간으로, 응답률은 58.8%에 달했다. 높은 거래 수수료를 지적한 응답자도 54.7%로 집계됐다.
반면 암호화폐 거래소를 선택하는 이유로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64.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낮은 거래 비용은 53.8%로 뒤를 이었으며 빠른 주문 체결도 주요 선택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글로벌 거시경제 관련 이벤트가 전통 금융시장의 장 마감 이후에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다시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존 금융시장보다 언제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실제 응답자의 69.2%는 시장 휴장으로 인해 투자 기회를 놓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73.3%는 전통 금융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암호화폐 거래소의 선물상품을 활용해 미리 포지션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취급하는 자산군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과거 암호화폐 거래소의 주요 경쟁력이 신규 가상자산 상장과 유동성 확보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미국 주식과 ETF, 원자재, 귀금속 등 토큰화된 전통 금융 자산인 실물연계자산(RWA·Real World Assets)을 얼마나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인게코가 별도로 발표한 'TradFi on Crypto Exchanges Report 2026'에 따르면 2025년 이후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모두 358개 이상의 TradFi 및 RWA 상품을 상장하며 취급 상품군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TradFi 무기한 선물 거래량이 올해 들어 급증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코인게코는 평가했다.
또 다른 MEXC·코인게코 공동 보고서에서는 올해 상반기 주요 중앙화 거래소의 TradFi 거래량이 1조4천500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거래량의 10배 수준이다.
자산별로는 미국 주식 관련 거래량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주식 관련 거래량은 6월 기준 전월 대비 337.4% 증가하면서 귀금속을 제치고 가장 큰 TradFi 자산군으로 부상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품 종류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암호화폐 거래소와 전통 금융 플랫폼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토큰화 주식과 ETF, 원자재, 외환 등 TradFi 상품을 잇달아 확대하면서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 자산을 함께 거래할 수 있는 '멀티에셋 플랫폼' 경쟁에 나서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정과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플랫폼을 선택하는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MEXC 역시 최근 토큰화 주식과 TradFi 파생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코인게코와 공동 리서치를 통해 투자자들의 자산 이동과 거래 패턴을 지속해서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데이터 기반 분석이 향후 암호화폐 거래소의 상품 전략 수립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투자자들의 선택 기준이 '어떤 자산을 거래할 것인가'에서 '어떤 플랫폼에서 거래할 것인가'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거래시간과 수수료, 접근성뿐 아니라 다양한 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투자 플랫폼 선택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넘어 종합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한 경쟁도 한층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