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암호체계가 언젠가 위협받는 것 아닌지"라는 질문이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전문기업 비댁스는 이 질문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디지털자산을 장기 보유하는 법인이라면 미리 점검해야 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20분의 1로 낮아진 '공격 문턱'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자산 소유권은 타원곡선 암호(secp256k1) 기반 전자서명으로 증명된다. 현재의 컴퓨터로는 공개키를 알더라도 개인키를 역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쇼어 알고리즘을 구동할 수 있는 대규모 오류 정정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이론적으로 공개키에서 개인키를 도출할 수 있다.
그 문턱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구글 퀀텀 AI 연구팀은 지난 3월 해당 암호체계를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물리 큐비트 수가 기존 추정치의 약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이러한 공격이 가능한 양자컴퓨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한 번 노출된 공개키는 되돌릴 수 없다
주목할 점은 블록체인의 불변성이다. 비트코인의 P2PKH·P2WPKH 주소는 자산을 전송하는 순간 공개키가 온체인에 기록되고 이더리움의 외부 소유 계정(EOA) 역시 한 번이라도 트랜잭션을 보내면 서명값으로부터 공개키를 복원할 수 있다. 이미 공개된 데이터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수집해 두었다가 기술이 성숙한 뒤 공략하는 시나리오가 성립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공개키가 이미 노출된 비트코인은 약 600만 개로 유통량의 28.6%에 이른다. 온체인 분석기업 글래스노드는 초기 코인과 주소 재사용 등으로 인한 '구조적 노출' 물량을 약 192만 BTC로 집계하며 지갑 관리와 커스터디 운영 방식이 노출 규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비댁스 양자컴퓨터 관련 이미지2 Simple Mining
진짜 과제는 '마이그레이션'
양자내성암호(PQC)는 이미 표준화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NIST는 2024년 관련 표준을 발표했고 이더리움 재단은 2029년 완전한 양자내성 전환을 목표로 하는 '린 이더리움' 로드맵을 제시했다.
문제는 새 암호체계가 도입된다고 기존 지갑이 자동으로 보호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공개키가 노출된 지갑은 양자내성 주소로 자산을 옮기는 마이그레이션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법인 환경에서는 담당자 교체, 다단계 결재, 수십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지갑의 전환 현황 관리가 맞물리며 이 과정 자체가 운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커스터디의 역할, '보관'에서 '지속 대응'으로
비댁스는 디지털자산 보안이 개인키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와 암호체계 변화에 조직 차원에서 꾸준히 대응하는 체계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댁스는 다자간 연산(MPC) 기반 수탁 인프라를 통해 하나의 완전한 개인키를 두지 않고 분산된 키 셰어로 서명을 생성하는 구조로 단일 장애점(SPOF)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
셀프 커스터디는 개인 투자자에게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다. 다만 하드웨어 월렛을 구매하고 니모닉을 금고에 보관해 두었다고 해서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암호체계와 지갑 기술의 변화까지 대비되는 것은 아닌 만큼 대규모 자산을 장기 운용하는 법인이라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조직과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문 커스터디 역시 양자 리스크를 자동으로 해소하지는 않는다. MPC 방식도 최종 서명은 기존 타원곡선 체계로 생성되며 양자내성 전환은 프로토콜 업그레이드와 지갑 인프라 대응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복잡한 기술 변화를 개별 기업이 직접 추적하는 대신 전문 인프라와 운영 조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급 커스터디의 가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준영 비댁스 고객성장 파트장은 "커스터디의 가치는 단순히 키를 대신 보관하는 데 있지 않고 변화하는 기술과 위협 속에서도 자산을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있다"며 "장기 보유 자산의 양자내성 전환 방안을 아직 조직 차원에서 논의하지 않았다면 지금이 그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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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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