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 데리빗 4조 원에 인수… 글로벌 파생상품 제패 노린다

코인베이스(Coinbase)가 세계 최대 수준의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빗(Deribit)을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 이번 인수는 약 29억 달러(약 4조 2,300억 원) 규모의 대형 거래로, 코인베이스는 이를 통해 암호화폐 옵션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8일 코인베이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데리빗 인수 계획을 발표하며, 이번 거래로 “가장 포괄적인 글로벌 암호화폐 파생상품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데리빗은 비트코인(BTC) 옵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기관투자자 중심의 고객 기반을 구축해온 유럽 기반 거래소다.

코인베이스의 기관 서비스 부문 부사장 그렉 투사(Greg Tusar)는 “데리빗의 강력한 유럽 기반과 정교한 고객군은 우리의 국제 성장 전략을 가속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코인베이스 역사상 가장 중대한 확장 조치”라고 평가했다.

코인베이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에서 제한된 파생상품 라이센스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규제 승인을 확대하고, 기관급 상품 제공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미국 내 규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및 아시아 시장 공략이 코인베이스의 전략적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인수 금액은 총 약 29억 달러로, 이 중 7억 달러(약 9,500억 원)는 현금으로 지급되며, 나머지는 코인베이스 클래스 A 보통주 1,100만 주로 지급된다. 이번 거래는 관련 규제 당국의 승인 및 일반적인 마무리 절차를 거쳐 2025년 연말 내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데리빗의 루크 스트라이어스 최고경영자(CEO)는 “코인베이스와의 합병은 지금까지 데리빗이 쌓아온 기술력과 시장 신뢰를 바탕으로 한층 더 큰 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관 및 고급 트레이더들에게 통합된 옵션, 선물, 현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코인베이스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전략적 인수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코인베이스는 그간 자포(Xapo, 2019년 – 수탁 서비스), 타고미(Tagomi, 2020년 – 프라임 브로커리지), 페어엑스(FairX, 2022년 – 선물 거래소), 원리버 디지털(One River Digital, 2023년 – 자산운용 부문) 등을 인수해 기관 대상 서비스 역량을 확대해왔다.

코인베이스는 “이번 인수는 단순한 플랫폼 확장이 아닌, 글로벌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의 미래를 재정의할 핵심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데리빗과 함께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인수는 미국 암호화폐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암호화폐 정책 기조 속에서 활력을 얻고 있는 시점에 추진됐다. 업계는 규제 명확성 확보와 파생상품 부문의 성장 기대감이 맞물리며 코인베이스의 글로벌 확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