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의 상승 속도가 과거 주기에 비해 지나치게 더딘 가운데, 그 배경에 ‘OG 고래’라 불리는 초기 투자자들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온체인 분석가 윌리 우(Willy Woo)는 이들이 막대한 수익 실현에 나서면서 시장의 매수 흡수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에 따르면 최소 2011년부터 비트코인을 보유해온 오래된 고래들의 지갑에는 여전히 상당량의 BTC가 잠자고 있다. 이들은 당시 개당 10달러(약 1만 3,900원) 이하의 가격에 매수했으며, 현재 이익률은 무려 10,000배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이 보유한 물량이 시장에 출회될 경우, 이를 가격 하락 없이 흡수하려면 BTC당 11만 달러(약 1억 5,290만 원) 이상의 신규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이러한 초기 보유자들의 매도 속도, 공급량, 낮은 원가가 비트코인 상승의 주요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 전체가 이들의 매물을 ‘소화’하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래 행동의 대표 사례로, 최근 7년간 잠잠했던 한 OG 고래의 거대한 포트폴리오 전환이 눈에 띈다. 온체인 추적 플랫폼 룩온체인(Lookonchain)은 이 고래가 2016년 무렵 수령한 100,784 BTC를 움직였으며, 이는 당시 약 6억 4,200만 달러(약 8,919억 원), 현재 기준으로는 약 114억 달러(약 15조 8,46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고래는 지난 5일간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거래소에 22,769 BTC(약 2조 8,660억 원)를 예치해 현금화한 후, 해당 자금으로 472,920 ETH(약 3조 877억 원)를 매수했다. 동시에 135,265 ETH(약 8,034억 원) 규모의 레버리지 롱 포지션까지 개설하면서 이더리움(ETH)에 대한 강한 상승 베팅을 단행했다. 이는 명백한 비트코인 차익 실현 후 포지션 전환 전략으로 읽힌다.
이처럼 구조적 매도세와 자금 유출이 겹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주말마다 더 심한 변동성이 발생하는 데는 유동성 약화가 작용하고 있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주말 동안 현물과 파생상품의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가격 조작에 취약한 상태가 되고, 고래들이 이 틈을 이용해 스탑로스(손절매)를 유도하는 촉매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SOPR(Supply Output Profit Ratio) 지표상 단기 보유자의 이익 실현 움직임이 증가하는 추세도 확인된다. 이는 시장 평균 매수가 위에 있는 투자자들이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매도에 나서고 있음을 드러낸다.
결국 이번 사이클에서 비트코인의 완만한 상승 곡선은, 단순한 수요 부족이나 관심 저하가 아닌 시장 구조적 특성과 고래의 행동에 의해 초래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이 이들의 매도를 충분히 흡수하고 나서야, 비트코인의 본격적인 상승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