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게임, 합법화 물꼬 트이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게임업계 촉각

P2E(플레이 투 언) 게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P2E 게임 합법화의 가능성을 열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움직임까지 더해 게임업계의 관심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 논의의 시작점은 지난 6월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디지털 자산의 정의에서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머니 등 비현금성 보상을 제외하면서도, 대통령령으로 정한 예외적 경우에는 자산 거래를 허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 법안을 지난 8월 26일 산하 소위원회에 회부하며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이 조항을 기반으로 앞으로 P2E 게임이 특정 조건에서 국내에서도 부분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해석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 안팎에서는 거센 비판도 함께 나온다. 현재 P2E 게임은 게임을 통해 아이템을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만들고, 이를 가상자산으로 교환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국내 게임산업법상 경품 지급이나 환전이 금지되어 있어, 국내 출시가 사실상 불가능해 해외 시장에 의존해 왔다.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이러한 구조가 제도적으로 일부 정당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행성 논란과 소비자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앞서 출시됐던 일부 게임은 도박성 요소가 강한 카지노 게임 요소와 연결되거나, 자체 발행 코인을 통한 투기성 금융상품으로 악용된 사례들도 있다.

글로벌 시장 분위기 역시 P2E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에서도 P2E 관련 게임은 대형 부스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전통적 게임 방식에 기반을 둔 콘솔·모바일 게임들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며, 게임성과 스토리, 캐릭터 디자인 등 기존 장르의 강점들이 여전히 소비자에게 높은 인기를 누렸다. 실제 위메이드를 비롯해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 역시 블록체인 게임에서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전체 게임 매출에서 블록체인 관련 비중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P2E 모델은 기술적 가능성과 제도 변화의 틈바구니 속에 있지만, 동시에 여전히 사행성과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특정 소비자층에게는 흥미로운 수익 모델로 작용할 수 있으나, 게임이 여가와 몰입의 공간에서 벗어나 투기와 수익 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게임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입법이 어떻게 정립되는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가능성이 있다. 제도권 내 편입이라는 흐름이 정착될 경우, 게임산업 전체의 경계 또한 재설정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단기 수익에만 집중한 비윤리적 상업화에 대한 경계와, 소비자 보호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