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극적인 상승세를 보인 프라이버시 코인 중 하나는 단연 지캐시(ZEC)였다. 8년에 걸친 하락 추세를 끝내고 최근 한 달간 70% 이상 급등한 지캐시는 그간 프라이버시 코인의 대표 격이던 모네로(XMR)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ZEC 일일 거래량이 XMR을 넘어서는 등 시가총액 상위권 암호화폐 중 하나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트레이딩뷰(TradingView)에 따르면, 지캐시는 최근 한때 70달러(약 9만 7,300원)를 돌파했으며, 한 주간 42%, 최근 한 달간은 무려 73%까지 상승했다. 거래량은 하루 기준 2억 1,577만 달러(약 2,997억 원)를 기록해 XMR의 1억 2,800만 달러(약 1,779억 원)를 앞질렀다. 시가총액도 약 11억 2,000만 달러(약 1조 5,568억 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번 반등의 배경에는 기술적 진보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심 증대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9월 16일 출시된 ‘자시 크로스페이(Zashi Cross Pay)’는 지캐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사용자들이 프라이빗한 거래를 BTC, ETH 및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으로 확장할 수 있게 만든 이 기능은 ZEC의 실사용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아울러 최근 각국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로 지식 증명(zk-SNARKs) 기반의 지캐시 프라이버시 기능이 기관 투자자들에게도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시장 내 검색 트렌드도 지캐시에 힘을 실었다. ‘프라이버시 코인’에 대한 구글 검색량이 신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ZEC이 관련 검색 순위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헬리우스랩(Helius Lab) CEO 멀트(Mert)는 ‘투자의 관점에서 모네로보다 지캐시를 택하겠다’며, 전자가 상대적으로 더 약한 프라이버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내부에서도 ZEC의 기술력과 활용 가능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기술적으로도 지캐시는 중요한 전환점에 다다랐다. 다년간의 하락세를 상징해 온 하향 쐐기형 패턴을 상방으로 돌파하며 기술적 저항선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넘어선 상태다. 장기 저항선으로 간주되던 81.81달러(약 11만 3,700원)가 주요 목표가로 제시됐고, 단기적으로는 70~78달러(약 9만 7,300원~10만 8,400원) 사이의 매물대를 소화하며 다음 상승을 준비 중이다.

물론 급등 초기 단계에서는 단기 횡보나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캐시가 더 이상 느린 속도의 프라이버시 코인이 아닌, 실제 유틸리티를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로 전환 중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기술적 상승세, 실용성 강화, 규제 환경 변화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가운데 ZEC는 프라이버시 코인 전쟁에서 다시 한 번 중심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