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교가 블랙록의 현물 비트코인 ETF에 대한 투자 비중을 세 배가량 확대하면서 시장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관 투자가들이 최근 비트코인 ETF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이탈하고 있는 와중에, 하버드의 이례적인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에 따르면, 하버드대학교는 블랙록의 iShares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IBIT) 보유량을 4억 4,200만 달러(약 5,907억 원)까지 늘렸다. 이는 대학 기금 포트폴리오 내 최대 보유 자산이며, 3분기 중 가장 큰 투자 확대 사례라는 설명이다. 기존에 상위를 차지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FT) 주식과 아마존($AMZN) 주식은 각각 3억 2,200만 달러(약 4,308억 원), 2억 3,500만 달러(약 3,142억 원) 수준으로 밀려났다.
IBIT는 현재 전 세계 최대 규모의 현물 비트코인 ETF로, 순자산 규모(AUM)만 800억 달러(약 10조 7,200억 원)가 넘는다. 피델리티의 경쟁 상품인 Wise Origin 비트코인 펀드(FBTC)보다 약 4배 큰 수치다. 하버드는 IBIT 전체 보유자 중에서도 열여섯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진 기관으로 올라섰으며, 전체 대학 기금의 약 0.5%, 포트폴리오 기준으로는 약 21%를 이 상품이 차지하게 됐다.
하버드처럼 보수적인 자산 운용을 하는 대학 기금이 현물 ETF에 이 정도로 집중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발추나스는 이를 두고 ‘현물 ETF에 대한 최고 수준의 검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이비리그 대학 중에서도 하버드 같은 기관이 ETF 투자를 선택했단 점은 매우 드문 일이며, 시장에 강력한 신뢰 신호를 준다”고 했다.
이번 투자 확대는 최근 암호화폐 ETF 전반에 흐르고 있는 부정적인 분위기와 대비된다. 11월 13일 하루 동안 비트코인 ETF에서는 8억 6,600만 달러(약 1조 1,569억 원)가 빠져나가며, 지난 1월 이래 두 번째로 큰 유출을 기록했다. 에테리움(ETH)은 물론 리플(XRP), 라이트코인(LTC), 솔라나(SOL) 기반 ETF들도 전반적으로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하버드의 결정은 이례적이면서도 전략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 전반이 고전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기금 운용기관들이 여전히 비트코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