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모델이 미국 모델보다 싸다는 통념이 실제 업무 비용 비교에서는 흔들렸다. 토큰 단가는 중국 모델이 낮지만, 답변 생성에 쓰는 토큰 수와 품질까지 반영하면 미국 폐쇄형 모델의 총비용이 더 낮은 사례가 확인됐다.
알파센스(AlphaSense)는 이달 초 공개한 비교 분석에서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의 폐쇄형 모델, 중국 문샷AI(Moonshot AI)의 키미 K3(Kimi K3), 즈푸(현 Z.ai)의 GLM-5.2 등 9개 모델을 시험했다. 실적발표문, 투자자 컨퍼런스콜 녹취록, 증권신고서 등을 바탕으로 만든 금융 분석 질문 245개가 평가에 쓰였다.
평가 결과 오픈AI의 GPT-5.6 솔(Sol)과 앤트로픽의 오퍼스 4.8(Opus 4.8)은 일부 금융 분석 작업에서 키미 K3와 GLM-5.2보다 비용 대비 품질이 높았다. 출력 토큰 100만개당 가격은 키미 K3가 15달러(약 2만1270원), 오퍼스 4.8이 25달러(약 3만5450원), GPT-5.6 솔이 30달러(약 4만2540원)다.
단가만 보면 키미 K3가 가장 싸다. 그러나 실제 업무 비용은 모델이 답변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토큰을 쓰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알파센스는 키미 K3가 낮은 토큰 단가에도 답변 생성 과정에서 더 많은 토큰을 썼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GPT-5.6 솔의 중위 총비용은 키미 K3보다 13% 낮았고, 품질 점수는 20% 높았다.
오퍼스 4.8은 키미 K3의 절반 비용으로 품질 점수가 13% 높았다. GLM-5.2는 비용이 키미 K3의 약 2배였지만 품질은 낮게 나왔다.
잭 코코(Jack Kokko) 알파센스 최고경영자는 “토큰당 가격만 보면 비싸 보이는 모델들이 실제로는 토큰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 비용이 덜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기업이 AI 모델을 고를 때 단가표보다 과제당 총비용을 봐야 한다는 의미다.
오픈웨이트는 학습된 가중치를 공개해 이용자가 직접 배포하거나 목적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모델을 말한다. 폐쇄형 모델은 개발사가 서비스와 인프라를 통제하고 이용자는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내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번 논쟁은 미국 기업이 비용과 통제권을 이유로 중국 오픈소스 모델을 검토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중국 모델은 가중치 공개와 자체 배포 가능성을 앞세워 기업의 선택지를 넓혔다.
다만 비교 기준을 바꾸면 결론도 달라진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는 키미 K3가 인텔리전스 인덱스에서 57점을 받아 GPT-5.6 솔 59점, 클로드 페이블 5(Claude Fable 5) 60점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같은 분석에서 키미 K3의 과제당 비용은 0.94달러(약 1333원), GPT-5.6 솔은 1.04달러(약 1475원), 오퍼스 4.8은 1.80달러(약 2552원)로 제시됐다. 이 기준에서는 키미 K3가 GPT-5.6 솔보다 소폭 낮고 오퍼스 4.8보다 크게 낮다.
비용 차이가 엇갈리는 이유는 평가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토큰 100만개당 가격은 입력·출력 단가를 비교하지만, 과제당 비용은 모델이 실제로 얼마나 긴 답변을 만들고 재시도 없이 원하는 품질에 도달하는지를 함께 반영한다.
오픈웨이트 모델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앞서 메타가 미국 오픈소스 모델 경쟁력과 중국 모델 확산을 함께 거론한 흐름을 전했다.
금융 분석처럼 정확도와 근거 추적이 중요한 업무에서는 토큰 단가보다 최종 답변 품질과 재시도 비용이 더 큰 변수로 떠올랐다. 반복 작업이 많은 서비스에서는 저가 모델을 대량 호출하는 방식이 유리할 수 있지만, 고난도 분석에서는 더 짧고 정확한 답변이 총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평가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AI는 싸고 미국 AI는 비싸다’는 단순 비교가 어려워졌다. 토큰 가격, 출력 길이, 품질 점수, 배포 방식, 업무 성격을 함께 봐야 비용 판단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