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데이터센터 전력 요청이 급증하면서 실제 전력망에 연결돼 가동될 물량을 가려내는 절차가 본격화하고 있다. 신청 규모는 커졌지만 재무 약정, 송전망 병목, 비용 부담 기준을 통과해야 실제 부하로 인정되는 구조다.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는 6월 16일 공개한 팟캐스트 설명문에서 유틸리티가 재무 약정을 요구하는 순간 데이터센터 전력 요청의 3분의 2가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제로헤지가 제시한 ‘1,066GW 중 3분의 2 이상 미실현’이라는 문장은 우드맥킨지의 공개 설명문과 같은 정의의 수치로 보기 어렵다.
확인되는 핵심은 ‘요청’과 ‘약정’ 사이의 간극이다. 우드맥킨지는 7월 보고서 요약에서 2026년 1분기 미국 유틸리티의 신뢰도 높은 대형 부하 약정이 303GW로 늘었다고 밝혔다. 별도 공개 자료에서는 미국 내 제안된 데이터센터 용량을 134GW로 추적하고 있으며, 1년 전 50GW에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력망 규모와 비교하면 부담은 작지 않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5년 말 미국 유틸리티급 전력설비 용량은 128만799MW다. 1,066GW는 단순 산술상 이 용량의 약 83.2%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모든 요청이 실제 부하가 된다는 가정이 현재 전력망 규모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보여준다. 데이터센터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지을 수 있지만 발전소와 송전망 확충은 통상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큰 충돌 지점은 텍사스다. 텍사스 전력신뢰도위원회(ERCOT)는 6월 18일 대형 전력 사용자 연결을 위한 ‘Batch Zero’ 절차를 승인받았고, 43만8000MW를 넘는 대형 부하 요청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89%는 데이터센터 요청이다.
본지는 앞서 텍사스 대형 부하 요청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을 다룬 바 있다. 당시 쟁점도 신청 전력량을 그대로 장기 수요로 인정할 수 있는지, 필요한 설비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맞춰졌다.
텍사스 주정부도 비용 문제를 전면에 세웠다. 그레그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는 6월 10일 공공유틸리티위원회(PUC)와 ERCOT에 데이터센터 확장 비용이 기존 주거 요금 납부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7월 24일에는 신규 데이터센터가 더 강한 기준을 충족하고, ERCOT 지시가 있을 때 전력을 빠르게 줄일 수 있어야 한다는 후속 대응이 나왔다.
PJM도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PJM 이사회는 1월 16일 데이터센터와 기타 대형 부하를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대형 부하가 자체 발전을 확보하거나 계통 필요 시 전력 사용을 줄이는 조건부 연결 체계가 포함됐다.
로이터(Reuters)는 버지니아 북부에서 대량의 데이터센터 전력이 갑자기 그리드에서 분리되며 전압 교란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단순한 수급 전망을 넘어 실제 계통 안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안으로는 자체 발전, 배터리, 가스 발전, 유연 연결 방식이 거론된다. 우드맥킨지는 5월 27일 보도자료에서 미국 송전망 확충에 5~10년이 걸리는 반면 데이터센터는 더 빨리 지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자료는 미국 상호접속 대기열에 90GW가 넘는 병설 발전이 있지만 상당수 프로젝트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접속 대기열은 발전소나 대형 전력 사용자가 전력망 연결 심사를 기다리는 목록이다. 병설 발전은 데이터센터 인근에 발전 설비를 함께 두는 방식이다. 전력망을 새로 짓는 대신 수요지 가까이 발전원을 붙이는 구조지만, 자본력과 부지, 연료 조달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반대 흐름도 있다. 블룸버그NEF(BloombergNEF)는 7월 29일 공개문에서 2030년 미국 데이터센터 설치 용량 전망을 118GW로 올렸고, 2025년 12월 이후 발표된 미국 데이터센터 파이프라인이 101GW 더 늘었다고 밝혔다. 수요 전망은 계속 올라가지만 실제 착공과 준공은 전력망, 비용, 지역 반대, 규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국내 시장과의 직접 연결 고리는 이번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안의 중심은 특정 종목이나 토큰 가격이 아니라 미국 전력망이 대형 부하 신청을 어떤 기준으로 걸러낼지에 있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논쟁은 AI 인프라 확대가 전력망의 물리적 한계와 만나는 지점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개 자료로 드러난 결론은 신청 규모가 커졌고, 계통 운영자는 더 빠르고 비싼 검증 절차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