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7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8%로 높아지며 엔저가 생활물가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약한 엔화가 에너지와 식료품 수입 비용을 밀어 올리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함께 커졌다는 분석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7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1.8% 올랐다. 로이터는 6월 상승률 1.6%보다 높아진 수치라고 전했다.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모두 제외한 지표도 1.9% 상승했다. 기업들이 약한 엔화와 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엔저 압박은 환율에서 먼저 확인됐다. 엔화는 7월 달러당 164엔 부근까지 밀리며 40년 만의 저점권을 기록했다.
일본과 미국은 8월 초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다. 일본은행 자료상 일본이 투입한 자금은 최대 365억8000만 달러(약 51조원)로 추산됐다.
앞서 본지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 정황을 보도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급격한 엔저를 막기 위한 대응 강도가 다시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와 식료품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서는 엔화 기준 비용을 키워 소비자물가에 부담을 준다.
엔저 부담은 소비자물가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가격 압력이 가계 체감 물가를 높이는 구조다.
물가 상승이 기업 실적 개선보다 생활비 부담으로 더 크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부담이 가계 체감 물가를 높이는 구조다.
기업 쪽에서도 경계가 나왔다. 한자와 준이치(Junichi Hanzawa)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CEO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엔화 약세가 일본에서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자와 CEO는 “물가 상승이 실질임금을 넘어서면 소비를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 문제가 기업 이익을 넘어 소비와 내수 회복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이 임금과 소비로 이어지는지를 금리 판단의 핵심 변수로 본다. 물가만 오르고 실질임금이 따라가지 못하면 소비가 둔화해 경기 회복이 약해질 수 있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일본 물가는 현지 지표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국채 금리, 달러 흐름, 아시아 통화 변동이 함께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와 도매물가의 간극은 기업 비용이 소비자 가격으로 얼마나 전가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도 해석된다. 엔저가 수입 비용과 물가 압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은행은 9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물가와 소비 흐름을 점검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이번 물가 지표가 일본은행의 금리 판단에 반영될 자료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