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장의 경쟁축이 폐쇄형 프런티어 모델, 오픈웨이트 모델, 애플리케이션 기업의 3개 축으로 나뉘고 있다. 고성능 모델을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보다 기업 고객이 어떤 비용과 통제 조건으로 AI를 쓰는지가 경쟁의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사우라브 굽타(Saurabh Gupta) DST글로벌 공동창업자 겸 매니징파트너는 포천 칼럼에서 2026년 AI 경제를 ‘세 몸 문제’에 비유했다. 그는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폐쇄형 프런티어 랩, 중국 중심의 오픈웨이트 모델, 두 모델군 위에 제품을 만드는 애플리케이션 기업이 서로의 경로를 바꾸고 있다고 봤다.
폐쇄형 프런티어 모델은 개발사가 모델과 서비스를 통제하고, 이용자는 API나 제품 형태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가장 강한 모델을 가진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쥐는 구도가 뚜렷했지만, AI 지출이 커지면서 기업 고객은 투자수익률과 데이터 통제 문제를 함께 따지기 시작했다.
포천 칼럼은 최근 변화로 앤트로픽 수요 증가, AI 지출의 투자수익률 압박, 메타(Meta)의 Muse Spark 1.1과 xAI의 Grok 4.5 출시를 들었다. 이는 폐쇄형 모델끼리의 성능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비용과 배포 유연성이 별도 경쟁축으로 떠올랐다는 해석이다.
오픈웨이트 진영의 존재감도 커졌다. 문샷(Moonshot)은 Kimi K3 공식 발표에서 2조8000억개 파라미터와 100만 토큰 컨텍스트 창을 제시했고, Z.ai는 GLM-5.2가 7530억개 파라미터와 공개 가중치, MIT 라이선스를 갖췄다고 밝혔다.
오픈웨이트는 소스코드 전체 공개를 뜻하는 오픈소스와 다르다. 모델 가중치 접근을 허용하더라도 학습 데이터, 코드, 재배포 권한까지 모두 자유로운 것은 아니어서 모델별 라이선스와 사용 조건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이 흐름은 본지가 앞서 전한 중국 기업들의 저비용 오픈웨이트 모델 확산과도 이어진다. 당시 분석에서도 중국 AI 기업들은 제한된 반도체 접근성 속에서 모델 효율과 해외 개발자 생태계를 앞세워 미국 기업의 폐쇄형 모델과 경쟁하는 구도로 설명됐다.
미국 기업도 공개 모델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싱킹머신스(Thinking Machines)는 7월 15일 Inkling을 공개했고, 엔비디아($NVDA)는 Nemotron 3 제품군을 Nano, Super, Ultra 세 가지 공개 모델로 제시했다.
엔비디아는 발표문에서 개발자가 특정 업무에 맞는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도록 공개 모델과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폐쇄형 프런티어 모델만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기보다, 용도별 모델을 조합하는 수요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애플리케이션 기업에는 비용이 직접 변수다. Posit AI는 8월 10일 Kimi K3와 GLM-5.2를 제품군에 추가했고, 두 모델이 비슷한 체감 성능을 주는 폐쇄형 모델보다 낮은 비용으로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선택지는 앱 기업이 단일 폐쇄형 모델에 묶이지 않고 업무별로 모델을 고르는 흐름을 보여준다. 고객 접점과 업무 데이터를 가진 애플리케이션 기업은 모델 성능뿐 아니라 비용, 지연시간, 보안 조건을 함께 비교할 수 있다.
프런티어 랩의 성장 속도도 빠르다. 로이터는 앤트로픽의 7월 말 연간 환산 매출이 650억 달러(약 90조원)를 넘었다고 보도했고, 비즈니스타임스는 오픈AI의 연간 환산 매출이 400억 달러(약 55조원)를 상회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 수치는 감사된 연매출이 아니라 현재 매출 수준을 연간으로 환산한 지표다. 고성능 AI 모델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실제 연간 실적이나 수익성 지표와는 구분해야 한다.
정책 리스크도 남아 있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픈웨이트 AI 모델을 자발적 안전 테스트 대상에 넣지 않겠다는 뜻을 AI 기업들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본지가 앞서 전한 백악관의 폐쇄형 프런티어 AI 중심 자발적 사전 검토 논의와 같은 정책 흐름이다.
같은 보도는 공개 핵심 구성요소를 가진 모델과 특정 기업이 통제하는 폐쇄형 모델을 구분했다. 오픈웨이트가 확산될수록 보안 검증과 배포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커질 수 있다.
한국 기업에도 이 문제는 AI 도입 비용과 데이터 통제의 문제로 이어진다. 업무용 AI를 고를 때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폐쇄형 모델만 비교할 수 없고, 중국발 오픈웨이트 모델과 미국 공개 모델, 이를 조합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현재 확인된 사실만 놓고 보면 AI 시장의 균형은 한쪽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폐쇄형 모델은 매출과 성능을 키우고, 오픈웨이트 모델은 비용과 배포 유연성을 앞세우며, 애플리케이션 기업은 두 축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