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인공지능(AI) 투자가 늘고 있지만 생산성 개선과 고용 조정 사이의 간극은 더 커지고 있다. 경영진 다수는 아직 AI가 자사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보면서도, 일부 기업은 AI를 조직 재편과 감원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포춘은 한국시간 23일 마크 마(Mark Ma) 피츠버그대 교수의 기고문을 공개하며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연구를 인용해 경영진 약 90%가 AI가 아직 자사 생산성을 높이지 못했다고 봤다고 전했다. 마 교수는 기업들이 AI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기대한 생산성 개선이 수치로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마 교수 연구진은 글래스도어(Glassdoor) 직원 리뷰 2,100만건 이상과 경영진 콜 트랜스크립트 약 1만건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AI 관련 감원 공지가 나온 뒤 직원의 AI 정서가 급격히 악화됐고, 직원의 AI 정서가 기업 생산성과 강한 양의 상관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진의 낙관적 발언은 생산성과 유의미한 관계가 없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AI 도입 성과가 경영진 메시지보다 실제 현장 수용도와 더 밀접하게 움직인다는 해석이다.
기업 메시지도 논쟁의 중심에 있다. AI 투자 공지와 AI 연동 감원 공지는 함께 늘어나는 패턴을 보였다. 연구진은 AI 도입 이후 인력 감축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빠르게 보여주려는 압력이 작동한다고 봤다.
그러나 감원 공지 뒤 주가 반응은 평균적으로 0에 가까웠고, 절반 이상은 음수이거나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고 포춘은 전했다. AI 감원을 투자자에게 효율화 신호로 제시해도 시장 반응이 일관되게 우호적이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예외도 있었다. 로이터는 블록(Block·$XYZ)이 2월 26일 AI 도구를 운영 전반에 심는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4,000명 이상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16% 이상 올랐다고 보도했다. 블록은 2025년 20%였던 조정 영업이익률을 2026년 26%로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브렛 혼(Brett Horn)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AI 생산성 향상에 기대 직원을 크게 줄이는 장기적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은 단기 수익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술 도입 과정에서 조직 역량이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 감원 논쟁은 블록 한 곳에 그치지 않았다. 로이터는 아마존($AMZN)이 7월 22일 인공일반지능(AGI) 조직 일부 직무를 없앴다고 전했다. 아마존 대변인은 대형 AI 모델 개발이 중요한 업무라면서도 고객에게 중요한 과제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 역할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AGI는 인간 수준의 범용 지능과 자율성을 목표로 하는 AI 개념이다. 기업들이 AGI 조직을 따로 두는 것은 장기 연구와 제품화를 동시에 겨냥하기 위한 경우가 많지만, 투자 부담이 커질수록 조직별 우선순위 조정도 함께 나타난다.
다른 연준 계열 조사는 다른 결론을 냈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은 3월 25일 공개한 기업 경영진 700명 이상 대상 조사에서 기업들이 AI 투자 확대와 함께 생산성 향상을 보고했고 2026년 추가 개선도 예상했다고 밝혔다.
같은 자료는 AI가 전체 고용을 크게 줄였다는 근거는 아직 약하다고 봤다. 다만 대기업은 일부 고용 감소를 예상했고, 소기업은 기술 인력 채용 확대를 예상했다. 기업 규모와 업무 구조에 따라 AI 도입의 고용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노동시장 지표도 단일한 결론을 주지는 않는다. 로이터는 8월 6일 미국 2분기 비농업 노동생산성이 연율 1.4% 늘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AI가 광범위한 생산성 도약을 만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직원 불안은 여론 지표에도 잡혔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6월 공개한 조사에서 미국인 53%는 AI가 자신 또는 가계 구성원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액시오스는 일부 최고경영자들이 AI와 감원을 직접 연결하던 표현을 줄이고 ‘조직 전환’과 ‘역량 재편’ 쪽으로 메시지를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AI 생산성 논쟁은 투자 규모보다 측정 방식과 조직 신뢰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이 AI 도입을 생산성 개선으로 연결하려면 직원이 기술을 받아들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과, 이미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함께 나온다. 확인된 자료만으로는 AI가 생산성을 높였는지, 감원이 그 효과를 키웠는지 단정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