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하반기 은행권의 가상자산 익스포저는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미주 지역에서는 자산 구성과 고객 대행 업무 규모가 크게 달라졌다. 비트코인 비중은 낮아진 반면 이더리움과 일부 주요 가상자산의 비중은 높아졌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2025년 하반기 은행의 가상자산 익스포저가 상반기와 대체로 비슷했다고 집계했다. 다만 미주 지역 은행의 익스포저에서 비트코인(BTC)이 차지하는 비중은 75.8%에서 44.2%로 31.6%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ETH) 비중은 38.5%로 집계됐다. 솔라나(SOL)와 리플(XRP)은 각각 7.8%와 5.6%를 차지했다.
이번 수치는 은행권의 가상자산 관련 노출 규모가 전체적으로 크게 늘었는지보다 자산별 구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미주 지역에서는 비트코인 중심의 비중이 낮아지고 다른 주요 가상자산으로 노출이 나뉘었다.
고객을 대신해 수행한 가상자산 관련 업무에서는 지역별 차이가 더 컸다. 미주 지역의 업무 규모는 전 분기보다 93% 늘어난 64억유로로 집계된 반면, 유럽은 25% 감소한 19억유로를 기록했다.
고객 대행 업무는 은행이 자체 자산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것과 구분된다. 고객을 위한 보관·거래 등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규모를 포함하며, 은행이 직접 부담하는 익스포저와 같은 지표로 볼 수 없다.
은행의 가상자산 익스포저도 단순한 현물 보유만을 뜻하지 않는다. 대차대조표 안팎에서 발생하는 신용·시장·운영·유동성 위험이 포함되며, 파생상품과 투자상품을 통한 간접 노출도 항목별로 관리된다.
고객 가상자산 보관과 관련된 활동 역시 공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익스포저 수치만으로 은행이 특정 가상자산을 직접 매수했는지, 보유 물량을 처분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BCBS는 은행의 가상자산 관련 활동과 자본·유동성 요구사항을 표준 양식으로 공개하는 공시 체계를 마련했다. 공통 양식을 적용하면 은행별 익스포저와 위험 관리 방식을 비교하기 쉬워지고,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해당 공시 체계는 2026년 1월부터 시행됐다. 이번 통계는 은행권의 가상자산 관련 활동을 직접 보유, 간접 노출, 고객 대상 서비스 등으로 나눠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집계만으로 은행의 매수·매도 의도나 가상자산 가격 방향을 판단할 수는 없다. 미주 지역의 자산 구성 변화와 고객 대행 업무 증가가 각각 다른 지표에서 나타난 만큼, 향후 공시에서도 직접 익스포저와 고객 서비스 규모를 구분해 확인해야 한다.

최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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