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청년·신혼부부 같은 실수요자의 금융 불편은 별도로 덜어주는 방향의 부동산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조만간 내놓을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대출 규제의 큰 방향은 흔들지 않되 필요한 계층에는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민원이 금융 문제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집을 사려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대출 가능 여부와 한도가 사실상 주거 계획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에 신중한 이유는 시장 여건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까지 많은 만큼, 대출 문턱을 조금만 낮춰도 주택시장 전반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돈은 많은데 집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대출 완화가 실수요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집값 상승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가계대출과 부동산 대출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엄격한 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그 과정에서 청년층과 신혼부부가 겪는 불편을 어떻게 줄일지가 정책 조정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최근 은행권이 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자체적으로 심사를 더 조이면서, 이미 분양 계약을 마친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잔금 대출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가 이미 끝난 사업장이라면 중간에 새 규제가 나오더라도 기존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정부의 총량 규제와 별개로 은행들이 내부 관리 차원에서 추가로 한도를 줄이는 사례가 있는 만큼, 잔금 대출 문제는 은행권과 다시 협의해 현실적인 애로가 무엇인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성년 시절 상속으로 일부 주택 지분을 보유했던 사람이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원칙은 유지하되 은행 여신심사위원회 같은 절차를 통해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예외를 검토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수요를 자극하는 대출보다 공급을 늘리는 금융에는 상대적으로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위원장은 수요자 금융은 자칫 시장을 달굴 수 있지만, 공급자 금융은 새 주택이 실제로 시장에 나오도록 도와 장기적으로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아파트 공급이 부진한 상황을 언급하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동산 개발사업 자금조달) 같은 금융 수단을 통해 공급을 촉진할 여지가 있다면 금융위원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기조는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광범위한 대출 완화는 피하면서도, 실수요자 피해와 공급 부족 문제는 따로 풀겠다는 접근으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대출 총량 관리는 유지하되, 예외 인정과 공급 지원을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