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제도가 오래된 제도 공백을 메우고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간 갚지 못한 빚을 무조건 탕감하는 것이 아니라, 상환 능력과 재산 상태를 엄격히 따져 정리하는 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제도 취지를 적극 설명한 것이다.
권 부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온라인 정책홍보 프로그램 팩트방앗간에 출연해 이번 제도를 두고 일부에서 제기하는 포퓰리즘이나 관치금융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동안 제도 운영 과정에서 생긴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지원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 문턱을 낮추는 것이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의 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채무조정은 경기 침체나 질병, 실직처럼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사유로 쌓인 오래된 연체채무를 방치하지 않고 제도권 안에서 정리해 경제활동 복귀를 돕는 장치라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도덕적 해이 우려가 이번 제도의 본질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권 부위원장은 실제로 지원 대상은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며, 이를 전체 신용질서의 붕괴로 연결하는 것은 과장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취약한 채무자를 제도 밖에 방치할 경우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고, 사회 전체의 공동체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더 심각한 문제로 짚었다. 그는 많은 선진국도 연체채무자 보호와 재기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이런 우려를 줄이기 위해 심사 단계는 한층 더 엄격하게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권 부위원장은 국세청,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결제원에서 소득과 재산 정보를 받아 촘촘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숨겨둔 재산이 사후에 드러날 경우에는 채무조정 자체를 무효로 돌리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원 대상을 넓히되 심사는 더 까다롭게 해, 회생이 필요한 사람은 돕고 악용 가능성은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이번 발언은 가계부채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금융정책의 초점이 단순한 채권 회수에서 채무자의 정상적 경제 복귀까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제도의 성패는 실제 심사 기준이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지원 대상 선별이 시장 신뢰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지는지에 달려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금융 취약계층 지원과 신용질서 유지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제도 보완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