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과도한 빚으로 생활이 무너진 사람을 조기에 찾아내 상담·채무조정·복지 연계를 한 곳에서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단순한 금융지원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위기가 자살로 이어지는 흐름을 막기 위한 범정부 대응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번 조치의 핵심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민관 합동 ‘경제적 위기자 자살 예방대책’을 보고했다. 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2015년 3천89명으로 전체의 23.0%였는데, 2024년에는 4천398명으로 늘어 비중도 29.6%까지 높아졌다. 정부는 그동안 사회안전망과 채무자 지원제도가 있었음에도 정작 당사자가 제도를 모르거나, 행정이 위기 신호를 제때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보고 대책을 손질했다.
우선 신용회복위원회에 전국민 채무상담 대표번호 1375를 새로 만들고, 10월부터 수신자 부담으로 운영한다. 빚 문제와 관련해 어디에 연락해야 하는지 몰라 지원에서 멀어지는 일을 줄이려는 취지다. 이 번호를 통해 일반 채무상담은 물론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법원 개인회생·파산 신청 지원,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과 신고까지 한꺼번에 연결한다. 현장 거점도 넓힌다. 개인회생 파산종합지원센터는 12개까지 확대됐고,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는 앞으로 6개소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또 개인회생·파산 신청 때 여러 기관을 돌며 서류를 떼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신용정보원에 부채증명서를 한 번에 발급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위기 가구를 더 빨리 찾아내기 위한 데이터 연계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보건복지부와 협업해 채무정보 같은 금융 데이터와 건강보험료 납부 정보 같은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경제적 위기자 특화모형’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렇게 분석한 정보는 복지부의 ‘위기가구 발굴시스템’에 제공된다. 여기에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정보도 연계해 정책서민금융 이용자 중 취약 차주, 채무조정이 중도에 끊긴 취약 채무자 등을 함께 살펴본다. 금융회사에는 연체 우려자 사전경보체계 활성화를 유도하고, 자살 고위험자를 조기에 감지해 긴급 보호로 연결하는 표준 대응체계도 넓히기로 했다.
민간 금융회사와 연계한 재기 지원 상품도 함께 나온다. BNK부산은행은 부산·울산·경남 지역 복합지원 이용자 가운데 정책서민금융을 성실하게 갚고 있는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BNK금융사다리대출·적금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우리카드는 일반 신용카드와 햇살론카드 모두 쓰기 어려운 복합지원 이용자를 위한 ‘우리희망카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상생보험기금을 활용해 중대질병이나 사망이 발생했을 때 채무조정 후 남은 빚의 일부 상환을 보장하는 신용생명보험상품을 만들기로 했고, 이 상품은 복합지원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플랫폼 ‘잇다’를 통해 민간 금융사의 사회공헌 사업 목록과 관련 링크를 제공해 정보 접근성도 높일 방침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빚 문제를 개인의 책임만으로 돌리기보다 복지·보건·금융을 함께 묶어 조기 대응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