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심사를 손질해 가상자산과 비상장주식까지 재산 판단에 반영하고, 빚을 갚을 여력이 큰 신청자에게는 원금 감면 폭을 줄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5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업무현황 점검회의를 열어 새출발기금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재산심사와 감면기준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이후 경영 악화로 빚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를 조정해 재기를 돕는 공적 프로그램이다. 다만 공공 재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실제 상환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제도를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보완의 첫 단계는 재산심사 강화다. 그동안은 신청인이 제출한 금융자산 자료와 행정정보공동이용망으로 확인되는 소득·재산을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졌지만, 가상자산이나 비상장주식 같은 투자자산은 파악이 쉽지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확인 절차를 마련해 심사에 반영하고 있다. 가상자산은 5대 원화마켓 가상자산거래소와 협의를 거쳐 올해 1월부터 거래소 회원으로 확인된 신청자에게 잔고증명서를 직접 제출받고 있고, 비상장주식은 지난달부터 보유 내역을 제출받아 심사에 넣고 있다. 다만 신청인이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법인의 비상장주식은 생계와 소득 확보 필요성을 고려해 심사 대상 재산에서 제외한다.
채무조정 기준도 바뀐다. 현재 새출발기금은 90일 이상 연체된 부실 차주의 무담보 채무에 대해 변제능력에 따라 원금을 60%에서 80%까지 감면하고, 저소득·취약차주에게는 최대 90%까지 감면한다. 그런데 최저 감면율이 높다 보니 상환 능력 차이가 감면 폭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변제가능률이 100%를 넘는 등 상대적으로 상환 여력이 큰 채무자에게는 최소 감면율을 기존 60%에서 30%로 낮추고, 변제능력이 높을수록 감면율이 5%포인트에서 30%포인트까지 더 낮아지도록 산정기준을 조정한다. 쉽게 말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더 큰 사람은 탕감 비율을 줄여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사후 관리도 한층 엄격해진다.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 신청 전에 재산을 가족 등에게 넘기거나 헐값에 처분해 재산을 줄이는 사해행위, 또는 보유재산을 축소 신고하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캠코는 올해 2월부터 자체 재산조사전담반을 운영하며 부동산과 분양권 등을 증여하거나 매각한 사례를 확인하고 있다. 여기에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8월 13일부터 시행되면 정부 채무조정기구가 필요한 재산 정보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게 돼, 가상자산·비상장주식 정보는 물론 사전 증여 여부까지 더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된다. 당국은 심사 뒤라도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혜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약정을 해지하고 채무를 회수하는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캠코는 이번 보완이 공적 채무조정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높여 포용금융의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제도의 초점은 정말 지원이 필요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데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채무조정 제도가 단순한 지원 확대보다 상환 능력과 재산 상황을 더 세밀하게 따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