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달러당 159엔대로 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본 현지 음식값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외환시장이 엔화를 실제 구매력보다 과도하게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미·일 당국의 시장 개입에도 환율이 다시 엔화 약세 쪽으로 기울면서, 단순한 일시 대응만으로는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1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뉴욕멜론은행의 제프 유 수석 전략가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빅맥 지수’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본 외식 물가를 활용한 비교 지표를 제시했다. 일본 카레 전문 체인 코코이치반야의 돈까스 카레 가격을 기준으로 각국의 구매력을 환산해보니, 적정 환율은 1달러당 62.18엔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1달러가 159엔대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시장 환율이 일본 내 체감 물가에 비해 엔화를 훨씬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방식의 기존 빅맥 지수가 1달러당 80.3엔을 적정 수준으로 제시한 것보다도 엔화 저평가 폭이 더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저평가 논리만으로 환율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엔화는 지난달 달러당 163엔대까지 밀리며 40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한 뒤, 미·일 당국의 강한 공조 개입으로 한때 155엔선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2주도 지나지 않아 반등 폭의 약 절반을 되돌리며 다시 159엔대로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그 배경으로 미·일 금리 차를 지목한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686%, 일본 국채 금리는 2.846%로 격차가 여전히 크다. 금리가 낮은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살아나기 쉬운 구조라는 의미다. 실제로 시장 참가자들은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투기 심리를 눌렀지만, 더 높은 수익을 좇는 자금 이동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개입의 성격을 둘러싸고는 엔화 방어만이 목적은 아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보통 일본이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려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처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미국 국채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어 미국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 이번에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달러 자산 대신 유로화를 매도해 엔화 매수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본의 미국 국채 매도 필요성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여기에 미국은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 대비 123%에 이르는 상황에서 장기 금리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 처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장기물보다는 단기 국채 중심으로 재정을 조달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결국 엔화 약세의 뿌리는 금리 차뿐 아니라 투자 매력의 차이에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크레디 아그리콜 CIB는 미국이 대규모 인공지능 투자로 전 세계 자금을 계속 끌어들이는 반면, 일본의 민관 투자 확대는 아직 본격화하지 못한 점을 근본 원인으로 짚었다. 이 때문에 엔화 약세를 되돌리려면 단순한 금리 인상보다 일본 경제의 투자 기반을 키우는 조치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의 관심은 내달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로 향하고 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은 기관마다 50∼60%대로 엇갈리지만, 인상 폭이 커질수록 미·일 금리 차가 줄어 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 다만 달러당 160엔을 다시 넘어서면 추가 개입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160엔 안팎을 새로운 균형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어 향후 엔화 흐름은 금리 결정과 정책 공조의 지속 가능성에 따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