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금리 부담을 덜어낸 기술주를 중심으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58포인트 내린 53,770.27에 마감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20.30포인트 오른 7,748.50, 나스닥 종합지수는 143.04포인트 상승한 26,588.49로 거래를 끝냈다. 시장 전체가 한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이기보다는 물가 지표와 업종별 재료를 함께 반영하며 보합권 혼조세를 나타낸 셈이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올랐다. 6월의 3.5%보다 상승률이 낮아졌고, 시장 전망치에도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2.5% 올라 전달의 2.6%보다 둔화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가 당장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일부 덜어주는 신호로 읽혔다. 최근 시장에서는 물가 반등 우려 탓에 연준이 조만간 긴축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졌는데, 이번 지표는 그런 불안을 일단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다만 금리 인상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장보다 0.1% 오른 배럴당 88.98달러를 기록해 90달러선에 바짝 다가선 상태를 이어갔다. 중동의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둘러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문 점이 유가 하락을 막는 배경으로 꼽혔다. 에너지 가격은 생활물가 전반에 영향을 주는 대표 변수인 만큼, 유가가 계속 높으면 향후 물가가 다시 자극받을 가능성을 시장은 경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리선물 시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더 높게 반영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동결 확률은 60%로 집계됐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동결과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비슷한 수준으로 봤다.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엘런 젠트너 수석 전략가는 예상에 부합한 이번 물가 지표가 최근 고용 둔화 신호와 맞물려 당분간 '금리 인상은 불필요하다'는 시장의 해석을 유지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9월 회의 전까지 물가 지표가 한 차례 더 남아 있어 분위기가 다시 달라질 여지는 있다고 짚었다.
개별 종목으로는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와 서버 제조사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전날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뒤 이날 주가가 각각 19.28%, 19.02% 급등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4.92% 올랐고, 에스케이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도 9.01% 뛰었다. 물가 둔화가 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인공지능 투자 확대 기대가 다시 살아나면서 성장주와 반도체주가 힘을 받은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추가 물가 지표와 국제유가 방향, 그리고 연준의 9월 판단에 따라 기술주 강세가 이어질지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