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4일 외환시장의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최근 이어진 환율 쏠림 현상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반도체·중공업 기업들이 선물환 매도 물량을 시장에 대규모로 내놓기 시작한 영향으로, 달러 수급이 한쪽으로 치우치던 흐름이 진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정경제부 이형렬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 회의를 열고 최근 고환율 국면을 틈탄 수출입 관련 불법 외환거래 조사 상황을 점검한 뒤 이같이 밝혔다. 선물환 매도는 수출기업이 앞으로 받을 달러를 미리 시장에 파는 거래를 말하는데, 이런 물량이 늘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공급이 증가해 환율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의 무역수지 흑자와 같은 기초 체력, 즉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외환 수급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국이 외환시장 흐름을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질서 문제로 함께 보고 있다는 점도 이번 회의의 핵심이다. 관세청은 올해 들어 재산의 해외 도피, 가상자산 환치기를 이용한 무역 결제 등 외환 유동성을 위축시키는 범죄를 집중 단속해 5월 말까지 84건, 총 2조4천억원 규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보이스피싱 수익금이나 도박 자금을 타인 명의 계정, 무기명 가상계좌 등을 통해 빼돌리거나, 소액 해외송금업체의 허용 범위를 넘는 방식으로 불법 송금한 사례 등이 포함됐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절차 위반 거래, 수출입 가격 조작, 자금세탁 같은 불법 외환거래 조사 범위를 계속 넓히겠다고 밝혔다. 국세청도 해외금융계좌 신고 제도에 따른 올해 신고가 6월 말 마무리된 만큼, 해외 계좌 은닉에 대해 추징과 범칙 처분을 포함한 강도 높은 조치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에 달러가 얼마나 드나드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는 자금 흐름 전반을 함께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관계기관들은 외환시장을 교란하는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공조 체계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환율을 둘러싼 불안이 기업의 달러 매도 확대와 무역 흑자에 힘입어 다소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시장 심리와 불법 자금 이동이 다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대응 수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수출기업의 외화 공급이 이어지고 단속 효과가 맞물릴 경우 외환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대외 변수에 따라 변동성은 다시 커질 수 있어 당국의 점검과 공조가 계속 중요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