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갈등과 금융시장 분절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스리랑카의 총공식외환보유액이 2026년 6월 말 65억달러(약 8조8400억원)로 회복됐다. 다만 중동 분쟁에 따른 외부 부문 압력과 외채 상환 부담은 이어지고 있다.
P 난달랄 위라싱헤(P Nandalal Weerasinghe)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는 9월 10~11일 콜롬보에서 열린 ‘Reserve Management Conference 2026’에서 외환보유액을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첫 번째 방어선’이라고 말했다. 그의 연설은 9월 16일 국제결제은행(BIS)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위라싱헤 총재는 외환보유액 관리의 기본 원칙인 안전성·유동성·수익성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운용 환경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분절화와 무역 갈등, 제재, 원자재 가격 변동, 금리 사이클 변화, 기술 혁신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지정학적 위험을 별도 변수로 떼어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의 연결성이 높아진 점도 변수로 제시됐다. 한 지역의 분쟁이 에너지 가격과 물가에 영향을 주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국의 자본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정학적 발표가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위험 프리미엄에 즉각적인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리랑카의 2022년 경제위기는 외환보유액 부족이 실물경제로 번진 사례로 제시됐다. 스리랑카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총공식외환보유액은 2022년 9월 말 18억달러(약 2조4480억원)로 감소했고, 당시 보유액은 약 1.1개월치 수입액에 그쳤다. 외채 상환과 외부 자금 조달 접근성 악화가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2026년 6월 말 중국인민은행과의 스와프를 포함한 총공식외환보유액을 65억달러로 집계했다. 그러나 중동 분쟁에 따른 외부 부문 압력으로 스리랑카 루피화는 2026년 들어 7월 말까지 달러 대비 7.8%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3월 말 스리랑카의 총공식외환보유액이 70억달러(약 9조5200억원)에 도달했지만, 4월 말에는 국제국채 상환액 3억7300만달러(약 5073억원)의 영향으로 67억5900만달러(약 9조193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IMF는 스리랑카 경제 프로그램의 핵심 과제로 외부 완충력 재건을 제시했다.
위라싱헤 총재는 외환보유액을 위기 직전에 차입이나 통화 발행으로 급히 늘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냈다. 경제 여건이 양호할 때 제도적 규율 아래 외환보유액을 축적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리랑카 중앙은행이 공개한 회의 의제에는 달러 중심의 외환보유액 구성, 금과 대체자산, 인공지능, 디지털·토큰화 자산이 포함됐다. 다만 BIS에 공개된 이번 연설에서 비트코인(BTC)이나 특정 가상자산을 외환보유액에 편입하자는 제안은 확인되지 않았다. 회의 의제에 디지털 자산이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가상자산과 외환보유액의 직접적인 연결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최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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