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스 저장시설 충전율이 9월 중순 56.04%에 머물자 정부가 겨울철 물량 확보를 위한 시장 인센티브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카테리나 라이헤(Katherina Reiche) 독일 경제부 장관은 가스 트레이더의 저장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 장기 옵션(Long Term Options·LTO) 입찰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독일 정부 관계자가 16일 밝혔다. 추가로 확보할 가스 물량과 시행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로이터는 독일 정부가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처럼 국가가 가스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은 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신 국영 에너지기업 유니퍼와 SEFE가 저장시설 주입 능력을 더 활용하도록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LTO는 가스시장 조정기관인 트레이딩 허브 유럽(Trading Hub Europe)이 트레이더와 계약해 향후 수요가 발생할 때 공급할 물량을 확보하는 제도다. 트레이더는 실제 공급이 가능한 물량을 준비하는 대가로 보수를 받는다.
Gas Infrastructure Europe(GIE)에 따르면 독일 저장시설에는 9월 15일 한국시간 오후 1시 기준 138.70TWh가 저장돼 있었다. 충전율은 56.04%로 같은 시점 유럽연합 전체 충전율 68.67%를 밑돌았다. 유럽연합 전체 가스 저장률도 68.67%로 집계된 바 있다.
독일 저장률은 7월 1일에도 41%에 그쳤다. 독일 저장률이 겨울 목표치를 밑돌 수 있다는 업계 경고가 앞서 나온 배경이다.
독일 연방네트워크청은 저장량만으로 공급 안정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파이프라인 수입과 LNG 수입, 인프라, 가스 수요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가스 비상계획 경보 단계는 해제된 상태이며 공급 상황도 현재 안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27년 2월 1일까지 저장시설 충전율 30%를 유지하는 목표를 두고 있다.
저장 속도가 떨어진 배경에는 가격 구조가 있다. 여름철 가격이 겨울철 인도 가격보다 높은 '백워데이션'이 나타나면서 여름에 가스를 사서 겨울에 판매하는 사업의 수익성이 약해졌고, 트레이더의 저장 유인도 줄었다.
독일 가스·수소 저장사업자 협회 INES는 올해 가스 주입 속도가 필요한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고 경고했다. 충분한 충전을 위한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바스티안 하이네르만(Sebastian Heinermann) INES 사무총장은 저장률을 약 77%까지 높이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저장 용량을 예약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주입이 경제적으로 가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방안은 정부가 직접 물량을 사들이는 방식보다 시장 참여자의 저장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트레이더가 충분한 보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주입 속도가 기대만큼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
국내 독자에게 이번 사안은 유럽 가스 수급과 국제 LNG 조달 여건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는 사례다. 다만 독일 저장률만으로 국내 에너지 가격이나 위험자산 가격의 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
독일 정부는 기존 LTO 제도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추가 입찰 물량과 구체적인 시행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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