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이 3.0%에 그친 가운데 유가와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미국 증시의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약해지고 있다.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물가가 안정되는 환경보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시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BMO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의 성장 둔화, 유가 상승, 금리 상승이 세계 경기 둔화를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 매코믹(Mark McCormick) BMO 최고 FX 전략가는 “골디락스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코믹의 진단은 성장과 물가 안정이 동시에 유지되는 증시의 최선 시나리오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에서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로 제시했다. 2027년 성장률은 3.4%로 예상했다.
IMF는 전쟁 충격이 에너지 수입국과 취약한 경제를 압박하는 반면, 인공지능 수요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 포함된 국가의 성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지역과 산업별로 체감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BMO가 특히 주목한 변수는 물가와 금리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3만6000원)를 웃돌면 에너지 비용이 소비자물가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하보다 긴축적 정책을 오래 유지할 가능성도 커진다.
미국 국채금리도 주식시장 부담을 키우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가까워지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가계의 차입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다. 금리 상승은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를 낮춰 성장주를 포함한 주식시장에 압박으로 작용한다.
Axios는 11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96%를 웃돌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3달러(약 14만원)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유가와 금리가 동시에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 물가와 금융 여건이 같은 방향에서 시장을 압박하게 된다.
채권금리 상승에는 금리 전망 변화와 미국 국채 수요 약화가 함께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매도세가 나타났고, 시장에서는 5%를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는 심리적 경계선으로 받아들였다.
매코믹은 “미국의 실질금리가 경기순환상 고점에 이르면 주식이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값으로, 기업과 투자자가 체감하는 금융 여건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매코믹은 현재 상황을 경기침체 신호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시장이 정책에 따른 경기 둔화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성장세가 둔화하더라도 곧바로 경기침체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인공지능과 에너지 산업은 시장 안에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인공지능 수요가 기술 공급망에 포함된 국가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반면, 에너지 비용 상승은 에너지 수입국과 비용 부담이 큰 기업에 압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유가와 금리는 서로 다른 경로로 시장에 영향을 준다. 유가는 물가와 소비 비용을 자극하고, 금리는 기업 투자와 가계 차입을 제약한다. 두 변수가 동시에 움직이면 성장률이 급격히 꺾이지 않더라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해질 수 있다.
미국 주요 지수도 약세를 보였다. 16일 기준 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달 들어 각각 2% 하락했고, 나스닥100은 3% 내렸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지수가 더 큰 낙폭을 보였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의 부담이 반영됐다.
골디락스는 경제가 성장하면서도 물가 상승률은 낮게 유지되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뜻한다. 주식시장에서는 기업 실적 개선과 낮은 할인율이 동시에 기대되는 환경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유가와 금리가 함께 오르면 이 조건이 약해질 수 있다.
BMO의 분석은 경기침체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성장 둔화와 물가·금리 상승이 겹치는 시장 환경을 지적한 것이다.

최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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