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1인당 순금융자산이 16만4470유로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가계 금융자산 증가는 예금이나 보험보다 증권자산이 주도했다.
알리안츠는 9월 29일 발표한 ‘2026 글로벌 자산 보고서’에서 대만의 순위가 전년과 같다고 밝혔다. 미국·스위스·덴마크·싱가포르가 대만보다 앞섰으며, 보고서는 약 60개국의 가계 자산과 부채를 비교했다.
대만 가계의 총 금융자산은 2025년 4조5000억유로로 8.7% 늘었다. 2024년 증가율 9.3%보다는 낮았지만,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평균 9.8%에는 못 미쳤고 세계 평균 8.6%는 웃돌았다.
자산별로는 증권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증권자산은 17.7% 늘어 예금 증가율 4.9%와 보험·퇴직연금 증가율 2.4%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증권이 대만 가계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9%로 높아졌다. 아시아 평균 30.8%보다 높지만 세계 평균 46.9%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대만 금융자산의 실질 증가율은 6.9%였다. 2019년 이후 누적 실질 증가율은 41.5%로 아시아 평균 39.6%와 세계 평균 22.9%를 모두 웃돌았다.
대만 가계의 부채는 2025년 7,142억유로로 6.3% 증가했다. 자산 증가율보다 낮아 순금융자산은 3조8000억유로로 9.1% 늘었다.
알리안츠는 2025년 세계 가계 금융자산이 8.6% 증가해 268조4000억유로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새로 쌓인 부의 약 5유로 중 4유로는 저축보다 시장 가격 상승에서 나왔고, 신규 저축은 5.4% 줄어 4조1000억유로로 감소했다.
알리안츠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도비크 수브랑(Ludovic Subran)은 “2025년 세계 자산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이야기의 절반만 보여준다”고 말했다. 명목 금융자산은 2019년 이후 약 50% 늘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 증가율은 23%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으로도 증권자산의 영향력은 커졌다. 2025년 증권자산은 12.4% 증가해 예금 5.7%, 보험·연금자산 5.0%보다 빠르게 늘었고, 세계 금융자산에서 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46.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만 가계의 자산 증가가 저축 축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증권 비중이 높은 가계는 시장 가격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지만, 가격 하락 때 자산 변동에도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다만 알리안츠 보고서는 대만 가계 자산 가운데 레버리지 투자 비중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증권자산 증가와 차입을 통한 투자 사이의 구체적인 관계는 보고서 수치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알리안츠는 인공지능이 향후 부의 창출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알리안츠 리서치 테마·정책 연구 책임자 카타리나 우터뫼흘(Katharina Utermoehl)은 “AI가 다음 부의 엔진이 될 수 있지만, 핵심은 누가 그 수익을 가져가느냐”라고 말했다.
우터뫼흘은 AI가 자본 중심의 가치 창출을 강화할 경우 자산 보유자와 노동자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알리안츠 보고서는 AI가 주요 경제권의 향후 3년간 일자리 약 4분의 1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변화의 상당 부분은 일자리 재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대만 사례는 가계 자산의 규모뿐 아니라 자산이 어떤 경로로 늘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5년 대만에서는 증권자산 증가율이 예금과 보험·퇴직연금 증가율을 앞섰고, 같은 기간 세계적으로도 증권자산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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