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을 맞는 올해, 이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하는 기업 수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약 36개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상장 예비심사 및 공모를 진행 중인 기업들을 모두 포함하면, 연말까지 실제 상장 기업 수는 최대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

기술특례 상장이란, 수익성보다는 기술력을 중심으로 기업의 상장 자격을 평가하는 제도로, 주로 초기 단계의 기술 기반 기업들이 활용하는 상장 방식이다. 2005년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는 주로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했으나, 2014년부터 산업 전반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이 제도 덕분에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기술력만으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코스닥에 새로 상장된 기술특례 기업은 22개사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5곳이 줄었다. 다만 연말까지 공모를 진행 중인 기업 14곳 중 상당수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올해 총 36개사가 새로 기술특례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이는 최근 3년(2022년 28개사, 2023년 35개사, 2024년 42개사)의 평균치인 연간 35개 내외와 유사한 수치다.

그런데 올해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 건수는 다소 줄어든 양상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예비심사에 들어간 기업은 35개사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40개사보다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기술특례 상장 공모 규모도 줄어들었다. 9월 말 기준 공모 금액은 5,338억 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7,292억 원보다 적은 수치다. 그러나 하반기 상장을 앞둔 기업 중 대형 공모를 계획한 사례들이 있어, 연말까지 총 공모 금액은 최대 1조800억 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업종별로는 여전히 바이오기업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붐이 일면서 이와 관련된 기술특례 상장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9월까지 AI 기반 기업 중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회사는 총 5개사로, 지난해 전체보다 많아졌다. 현재도 AI 기업 2개사가 공모 중이어서 연말까지 총 7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벤처 생태계에 자금 유입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 오른 알테오젠과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재무 기반 검증이 미흡한 상태에서 상장되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 측면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AI와 바이오 등 핵심 산업군에 대해 기술 심사의 질적 기준을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더욱 체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기술혁신 기업의 상장을 뒷받침하면서도, 무분별한 상장을 막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병행돼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향후에도 첨단 산업 중심의 상장은 지속되겠지만,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한 정교한 심사 및 공시 강화도 필수적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