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은행들이 공동 블록체인 기반 예금 네트워크 구축을 논의하면서 달러 결제 인프라의 구조 변화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멕시벤처스(MEXC Ventures)는 최근 리서치를 통해 JPMorgan,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이 각자 분절된 시스템 대신 하나의 허가형 블록체인 위에서 ‘토크나이즈드 예금’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의가 현실화할 경우 기관 간 결제는 기존 ACH나 전신송금보다 빠르고 유연한 방식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개별 은행이 독자 토큰을 만드는 비효율을 피하고, 상호운용이 가능한 공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다. JPMorgan이 자체 네트워크를, 다른 은행이 별도 네트워크를 운영할 경우 블록체인을 도입하더라도 정산 복잡성은 여전하다. 반면 공동 네트워크에서는 동일한 원장 위에서 각 은행의 예금 토큰이 발행되고 이전돼 기관 간 이체가 온체인에서 즉시 처리된다. 중간 청산기관 의존도가 낮아지고 정산 시간도 크게 단축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멕시벤처스(MEXC Ventures) 리서치는 JPMorgan이 자사 블록체인 결제 인프라 ‘키넥시스’로 4조 달러 이상을 처리하며 해당 구조의 실효성을 입증한 점에 주목했다. 이는 단순한 파일럿이 아니라, 검증된 은행권 기술을 업계 공통 표준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의미를 갖는다.
‘토크나이즈드 예금’과 스테이블코인의 차이도 분명하다. 토크나이즈드 예금은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토큰 형태로 옮긴 것으로, 법적 성격은 여전히 은행 예금이다. 발행 주체가 규제를 받는 상업은행이고 예금자 보호 체계 안에 놓인다는 점에서 테더(USDT)나 유에스디코인(USDC) 같은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구별된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새로운 법체계를 기다리지 않고도 기존 규제 프레임 안에서 블록체인의 속도와 ‘프로그래머블 결제’ 기능을 도입할 수 있는 셈이다.
기존 미국 결제 인프라와의 관계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재 기관 간 달러 결제는 연방준비제도의 실시간 대규모 자금이체 시스템인 페드와이어와 소액 배치 결제망인 ACH, 그리고 2023년 도입된 실시간 소액결제 시스템 페드나우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다만 이들 시스템은 계좌 장부 이동에 최적화돼 있을 뿐 조건부 집행, 자동화된 담보 이동, 스마트컨트랙트 연동 같은 기능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공동 예금 네트워크는 기존 레일을 대체하기보다 그 위에 기능적 레이어를 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활용처는 기업 간 무역금융, 실시간 마진콜, 담보 관리, 조건부 지급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예컨대 특정 계약 조건이 충족될 때만 자금이 자동 이체되도록 설계할 수 있어, 기업 재무와 자본시장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블록체인이 단순 송금 수단을 넘어 기관 금융의 업무 로직 자체를 바꾸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공식 출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기술보다 더 큰 변수는 이해관계 조율이다. 4개 대형 은행이 공동 네트워크의 거버넌스, 책임 구조, 규제 대응 방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실행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멕시벤처스(MEXC Ventures)는 이번 논의를 은행권이 블록체인 결제를 시험하는 단계를 넘어 공동 인프라 표준화 단계로 진입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비자, 페이팔, 온도 파이낸스 등 비은행권도 디지털 달러 결제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토크나이즈드 예금’을 축으로 한 차세대 달러 결제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