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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은 분산, 유동성은 바이낸스로…카이코 리서치, 스테이블코인 가격 형성 영향력 분석

거래량은 분산, 유동성은 바이낸스로…카이코 리서치, 스테이블코인 가격 형성 영향력 분석/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거래와 결제를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면서 바이낸스에 집중된 유동성이 시장 가격 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의 토마스 프로브스트는 2026년 9월 23일 보고서에서 주요 거래소의 시장 심도와 현물 거래량, 매수·매도 호가 차이를 비교해 바이낸스가 전체 현물 시장 점유율 이상의 거래 체결·가격 발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자산의 가격 표시와 거래소 간 자금 이동, 담보 제공에 폭넓게 활용된다. 최근에는 가맹점 결제와 전통 금융상품 접근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의 기반으로 ‘즉시 체결 가능한 유동성’을 짚었다. 거래소에 자금이 얼마나 모여 있는지와 함께 실제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호가 물량이 얼마나 충분한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보고서가 분석한 최근 한 달간 바이낸스의 비트코인(BTC)·테더(USDT) 거래쌍 평균 시장 심도는 대체로 3300만~4700만달러를 기록했다. 뒤를 이은 거래소들의 100만~600만달러와 비교하면 보고서 기준 약 9배 높은 수준이다. 이더리움(ETH)·테더(USDT) 거래쌍에서도 가장 가까운 경쟁 거래소보다 약 5배 두터운 호가창을 확보했다. 시장 심도는 일정한 가격 범위에 쌓인 매수·매도 주문 물량을 뜻하며, 규모가 클수록 대량 주문에 따른 가격 충격을 흡수하기 쉽다.

두터운 호가창은 시장조성자와 가격에 민감한 거래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대규모 매매가 가격을 흔드는 폭을 줄이고, 차익거래자가 거래소 사이의 가격 차이를 해소하기에도 유리하다. 바이낸스의 영향력은 주요 거래쌍에서 중간 호가 부근에 실제 체결할 수 있는 주문이 풍부하게 형성돼 있다는 데서 나온다.

거래량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의 집중이 드러났다. 2026년 들어 바이낸스의 테더(USDT) 일일 현물 거래량은 통상 50억~100억달러로, 다른 주요 거래소의 20억달러 미만을 웃돌았다. 유에스디코인(USDC) 거래량 역시 하루 수십억달러에 달했다. 미국 기반 플랫폼을 포함한 다른 거래소는 하루 5억달러를 밑돌았다. 양대 달러 연동 자산 모두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어지며 유동성 공급과 거래 수요가 맞물리는 구조다.

카이코 리서치는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기능과 거래소 내 자금 운용이 연결되는 점에도 주목했다. 바이낸스 페이는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 등을 활용한 가맹점 결제와 개인 간 송금을 지원한다. 거래소 이용자는 같은 잔액으로 디지털 자산을 매수하거나 호가 통화를 바꾸고, 담보를 제공하거나 다른 거래를 결제할 수 있다. 자금을 다시 운용할 때마다 법정화폐로 환전할 필요가 줄어들면서 지속적인 유동성 순환이 가능해진다.

전통 금융자산으로의 확장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미국 정규 거래시간 밖의 거래를 포함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토큰화 증권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는 전통 금융 거래가 확대되면 암호화폐와 전통 시장이 공통의 자금 기반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달러 유동성과 미국 증권, 은행 인프라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인 신흥시장 이용자에게는 새로운 시장 접근 경로가 될 수 있다.

다만 전체 현물 시장의 거래량은 여러 플랫폼에 분산돼 있다. 보고서가 제시한 바이낸스의 점유율은 약 31.3%로, 2026년 들어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유지됐다. 다른 43개 거래소가 처리하는 물량은 전체의 약 70%이며, 상위 10위 밖 거래소의 비중도 약 35%에 이른다. 전체 거래량의 분산과 주요 스테이블코인 거래쌍의 유동성 집중이 동시에 나타나는 셈이다.

거래 비용과 직결되는 ‘스프레드’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보고서의 2026년 7~9월 관측 구간에서 바이낸스의 매수·매도 호가 차이는 약 0.03%로 좁고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오케이엑스(OKX)도 경쟁력 있는 수준을 보였다. 반면 비트스탬프와 제미니는 8월 중순 스프레드가 0.15%를 웃돌았고, 크라켄 역시 바이낸스보다 넓고 변동성 있는 흐름을 나타냈다. 이러한 격차는 매매 빈도가 높거나 주문 규모가 큰 투자자의 누적 거래 비용에 영향을 준다.

유동성 회복에는 한계도 남아 있다. 보고서가 별도로 살펴본 바이낸스의 비트코인(BTC) 시장 심도는 지난 1년간 축소와 반등을 반복했다. 2월과 6월에는 2000만달러대 초반으로 내려갔다가 3000만달러대로 회복했고, 8월에는 약 3800만달러까지 높아졌다. 보고서 작성 시점에는 약 2800만달러로, 2025년 9월의 4500만~50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유동성 공급자가 돌아왔어도 변동성과 거시경제 뉴스, 한쪽으로 쏠리는 대규모 자금 흐름에 민감한 상태라는 분석이다.

카이코 리서치는 두터운 호가창과 활발한 거래, 좁은 스프레드가 결합하면서 바이낸스의 가격 발견 영향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도 거래 담보와 결제 자산, 전통 금융시장 연결 수단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역할이 확대될수록 시장의 핵심 지표는 유동성의 규모뿐 아니라 대규모 주문과 시장 충격 속에서도 실제 거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깊이와 안정성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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