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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W2026] 비트고 CEO "한국의 다음 수출품은 디지털 자산 신뢰 인프라"

9월 30일 'KBW2026'에서 발표하는 마이크 벨시 비트고 CEO 겸 공동창업자 / 토큰포스트

블록체인이 글로벌 자산 이동의 길을 열었다면 기관 참여를 확대할 다음 과제는 보안과 규제, 책임성을 갖춘 '신뢰 인프라'라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이 현지 규제와 글로벌 시장 연결성을 결합해 새로운 디지털 자산 인프라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크 벨시 비트고 CEO 겸 공동창업자는 9월 30일 서울 워커힐에서 열린 'KBW2026'의 '기관 중심 가상자산 시대의 보안' 세션에서 "디지털 자산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려면 각국에서 규제를 받고 책임지는 현지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벨시 CEO는 웹 브라우저와 인터넷 인프라 개발 경험을 언급하며 한국이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발전시켜온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넷스케이프에서 웹 브라우저 개발에 참여했으며 2000년대 후반에는 구글에서 크롬을 개발했다. 이후 HTTP 2.0의 기반이 된 프로토콜 SPDY 개발에도 참여했다.

벨시 CEO는 "그 세계에서는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다. 미래가 어디로 향하는지 보고 싶다면 한국을 보면 됐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빠른 네트워크를 꼽았다. 한국은 2000년대 초 광대역 인터넷 보급을 선도했고 전국 단위 5G와 모바일 앱, 소셜네트워크 등에서도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암호화폐 역시 마찬가지라고 봤다. 한국은 대규모 암호화폐 거래와 게임 분야 토큰화 자산을 일찍부터 받아들였다면서 "한국은 미래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었고 나머지 세계가 이를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세계적인 은행과 기술기업, 수백만명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자가 있으며 정책 입안자들도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실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은 다른 나라의 모델을 따라 할 필요가 없다. 직접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이 '접근' 열었다면 다음 과제는 '신뢰'

다만 디지털 자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신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이 전 세계 어디서든 자산을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이를 '신뢰할 수 있는 접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벨시 CEO는 초기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를 사례로 들었다. 초기 웹은 전 세계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열었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용자들은 정보와 결제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 온라인 거래를 꺼렸다. 접근성은 있었지만 신뢰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넷스케이프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보안 기술 SSL을 개발하고 베리사인 같은 기업들이 웹사이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온라인 거래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벨시 CEO는 "웹사이트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전자상거래가 성장한 것은 아니다"라며 "성장하려면 신뢰가 필요했고 암호화와 신원 확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도 같은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블록체인이 글로벌 자산 접근성을 열었지만 "은행은 ▲자금 보관 주체 ▲금융기관과 고객의 자산 분리 방안 ▲거래 체결과 결제 과정 ▲거래상대방 위험 소재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이런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 전까지 기관의 본격적인 시장 참여는 어렵다"고 말했다.

좋은 인프라는 보이지 않는다

벨시 CEO는 웹 프로토콜 개발 경험을 언급하며 "인터넷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기술을 만들면서 배운 것은 아무도 배관공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며 "더 빠른 프로토콜이 나왔다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인기 웹사이트가 이런 인프라 위에서 작동하지만 최고의 인프라는 보이지 않는다, 그냥 작동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자산도 이 같은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봤다. 초기에는 투기, NFT, ICO, 토큰화 등 다양한 실험이 많았다면 다음 시대는 실제 금융에서 활용되는 '금융적 효용'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을 연결하는 실제 운영 시스템이 구축되면 암호화폐에 관심이 없는 이용자, 은행과 자산운용사, 기업, 정부의 참여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음 단계의 승자는 특정 자산을 선택한 기업이 아니라 어떤 자산이나 프로토콜이 승리하든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며 장기적으로 어떤 토큰이 살아남을지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자산이든 안전하게 보유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일수록 현지에서 책임지는 주체 필요

인프라뿐 아니라 명확한 '책임 구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규제와 책임 주체까지 해외에 두는 방식으로는 기관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 10년 동안 업계에서는 거래와 지갑, 커스터디, 인프라를 하나의 사업자가 모두 제공할 것인지, 각각의 기능을 분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디지털 자산은 국경을 넘어 즉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 당국도 기존 금융시장과는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벨시 CEO는 "비트고는 처음부터 디지털 자산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더라도 각국에서 규제를 받고 책임지는 현지 사업자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생겼을 때 한국 은행이 다른 나라의 규제기관에 연락할 수는 없다"며 "한국에서 직접 책임지고 한국 법률의 적용을 받는 주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13년간 사업을 이어온 비트고는 3년 전부터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법인을 통해 한국 기관과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었지만 한국 법률의 적용을 받는 비트고 코리아를 별도로 설립했다.

비트고 코리아는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절차를 거쳐 금융정보분석원(FIU) 등록을 마쳤으며 커스터디와 이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벨시 CEO는 비트고 코리아가 글로벌 디지털자산 기업이 소유한 국내 디지털자산 기업 가운데 최초이자 유일하게 규제를 받는 사업자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도 전략적 참여자로 합류했다. 벨시 CEO는 현지 규제에 따른 책임성과 국내 파트너의 전문성, 비트고의 보안 경험을 결합해 국내에서 책임을 지면서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기관 온체인 진입, '통제 가능한 인프라' 필요

기관의 온체인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자산 보관을 넘어 '기관 통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벨시 CEO는 "기관은 온체인 시장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만 컴플라이언스와 기존 통제 체계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규제기관과 투자자, 주주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ㅍ고 말했다.

미래 금융 시스템이 온체인 시장을 포함하게 된다면 '기관 통제 계층'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기관이 하나의 통제 체계를 통해 커스터디와 지갑, 거래, 금융을 관리하고 여러 시장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직접 수탁(self-custody)' 개념은 지지하지만 "모든 개인 이용자 전부가 자산을 직접 보관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금융시장과 마찬가지로 상당수 이용자는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은행이나 금융기관을 이용하려 할 것이며 이를 뒷받침할 신뢰 체계를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 확장 3대 조건 '보안·상호운용성·규제 연결'

9월 30일 'KBW2026'에서 발표하는 마이크 벨시 비트고 CEO 겸 공동창업자 / 토큰포스트

벨시 CEO는 기관이 본격적으로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조건으로 ▲설계 단계부터 구축된 보안 ▲분리와 상호운용성 ▲현지 규제와 글로벌 연결성을 제시했다.

첫째, 보안은 문제가 발생한 뒤 추가하는 기능이 아니라 처음부터 시스템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롬 초기 개발팀 첫 10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벨시 CEO는 당시 각 브라우저 탭을 별도 프로세스로 분리해 문제가 발생해도 전체 시스템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설계했던 사례를 들었다.

디지털 자산도 거버넌스와 승인 정책, 복원력 있는 키 관리 등 보안을 처음부터 시스템에 내장해야 한다며 "최초의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기존 시스템 위에 보안을 덧붙이는 방식은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 시스템은 견고한 기반과 아키텍처 위에 구축돼야 한다며 비트고는 보안에 타협하지 않고 단일 장애점이 없도록 모든 요소를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분리와 상호운용성'을 지목했다. 커스터디와 거래 체결, 신용, 결제는 서로 연동돼야 하지만 모든 기능이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 안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벨시 CEO는 "모든 것이 한곳에 있으면 단 한 번의 장애로 전체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며 온체인 업계가 전통 금융의 많은 중개자를 줄이려는 방향은 타당하지만 이를 위해 현재 금융시장이 가진 견고함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셋째는 현지 규제와 글로벌 연결성의 동시 구현이다. 현지에서 책임지는 주체가 없는 글로벌 서비스만으로는 기관의 신뢰를 얻기 어렵지만 각 시장이 완전히 분리되면 글로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다음 수출품은 디지털 자산 '신뢰 인프라'

비트고 CEO는 한국이 이러한 조건을 결합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음악과 전자기기, 반도체처럼 한국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으로 확장한 사례를 언급하며 디지털자산에서도 같은 모델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다음 수출품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신뢰'가 될 수 있다"며 "높은 한국의 기준에 맞춰 구축하면서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는 디지털자산 인프라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의 높은 투자 수요에도 공모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던 스페이스X 사례를 언급하면서 "다음번에 이런 자금이 움직일 때 한국에서 구축되고 한국에서 규제되고 한국에서 책임지는 인프라를 통해 이동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한국 금융기관과 기술·통신기업, 규제기관, 정책 입안자 등이 함께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과 현지 규제·책임 체계를 연결하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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