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분기 암호화폐 투자 시장에서 가격 반등과 기업 자금 조달의 온도 차가 뚜렷해졌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3분기 투자 동향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BTC) 상승에도 벤처 자금의 회복은 제한적이었으며, 매출과 라이선스를 확보한 기업으로 투자가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신규 생태계 조성보다 결제·기관 거래·증권 토큰화 등 전통 금융과 연결되는 인프라가 자금 유입의 중심에 섰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상반기 두 분기 연속 하락한 뒤 3분기 43% 상승해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3분기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는 63억40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그러나 암호화폐 투자 심리의 개선이 장기적인 기업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투자자들은 시장 가격의 회복과 개별 기업의 사업성을 구분하며 자금 집행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인수합병(M&A)은 거래 건수보다 목적에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보고서의 루트데이터 집계상 거래 건수는 1분기 39건, 2분기 36건, 3분기 37건으로 비슷했다. 별도로 인용한 아키텍트 파트너스 집계에서는 3분기 거래 건수가 전 분기보다 7% 줄어든 반면, 거래 금액은 83% 감소했다. 두 집계의 수치는 다르지만 대형 거래가 줄고 필요한 기능을 확보하는 인수가 부각됐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서클의 싱가포르 국경 간 결제 기업 타자페이 인수 계약, 문페이의 미국 증권 라이선스 보유 기업 노스 캐피털 인수, 비트고의 NYDIG 기관 트레이딩 사업 부문 인수가 대표 사례로 제시됐다. 서클과 타자페이의 거래는 보고서 기준 종결 전 계약 단계다. 라이선스와 결제망을 직접 구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기존 사업의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려는 전략이 암호화폐 투자 시장의 인수 수요를 이끌었다.
벤처캐피털(VC)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리드 투자사의 활동이 둔화했다. 폴리체인, 판테라 캐피털, 핵 VC, 패러다임, a16z 등 주요 5개사의 월평균 투자 주도 건수는 기존 3.7건에서 2.0건으로 줄었다. 반면 YZi 랩스는 3분기 14건에 참여해 월평균 투자 건수를 상반기 대비 세 배 가까이 늘렸고, 코인베이스 벤처스도 12건에 참여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이러한 차이를 투자 목적의 변화로 해석했다. 재무적 투자자가 지분 가치 상승을 중시한다면, 거래소와 연계된 전략적 투자자는 투자 대상의 성장에서 거래량 확대와 사용자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자체 체인과 서비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투자를 이어가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투자 판단에 기업가치뿐 아니라 사업 간 연계성이 크게 작용하기 시작한 셈이다.
단계별로는 초기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했다. 시드 거래 비중은 15.0%로 2024년 이후 분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평균 시드 거래 건수 감소율은 28%로 전체 거래 감소율 13%를 웃돌았다. 반면 시리즈 A~C의 공개 투자금액은 월평균 29% 늘었으며, 시리즈 C는 3개월 만에 상반기 전체 금액을 넘어섰다. 보고서는 결제 기업 지브스와 기관 거래 플랫폼 EDX 마켓츠를 사례로 들며, 매출과 라이선스로 검증된 사업의 확장에 자금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투자 자금의 유입 경로도 다양해졌다. 3분기 1억 달러 이상 거래 13건 가운데 4건은 상장 또는 부채를 통한 조달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큐리타이즈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으로 상장했고, 리플 프라임은 2억7500만 달러 규모의 무담보 선순위 채권을 발행했다. 월평균 벤처·전략 지분 투자는 상반기보다 24% 줄었지만, 부채 조달은 7000만 달러에서 1억9000만 달러로, 상장 조달은 8000만 달러에서 1억5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분야별 자금 배분에서는 인프라의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인프라 투자 비중은 상반기 8.1%에서 3분기 18.2%로 높아졌지만, 보고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사업을 전환한 아이오닉 디지털과 AI 학습 인프라 기업 프라임 인텔렉트 등이 증가세를 이끌었다고 짚었다. 이를 신규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의 투자 회복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기타 분야로 분류된 자금의 약 절반도 시큐리타이즈와 알파카 등 토큰화 증권 인프라에 유입됐다.
자금 집중은 다른 분야에서도 확인됐다. 예측시장 투자액의 91%는 약 3억 달러를 유치한 폴리마켓 한 곳에 몰렸다. 탈중앙화 금융(DeFi) 투자금액은 보고서의 비교 기준상 71% 감소해 전체의 3.0%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컸던 사례 역시 미국 지역은행들이 참여한 예금 토큰 네트워크 카리 네트워크였다. 암호화폐 투자에서 전통 금융과의 접점, 규제 대응 능력, 실질적인 서비스 수요가 선별 기준으로 부각된 것이다.
다만 공개된 금액만으로 시장 전체를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 분석은 루트데이터에 등록된 3분기 투자 기록 193건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 가운데 금액이 공개된 거래는 112건이다. 상반기와 3분기의 기간 차이는 월평균으로 환산했고, 거래 시점은 실제 마감일이 아닌 데이터 등록일을 적용했다. 투자 단계별 분석도 단계 정보가 확인된 143건에 한정돼, 비공개 거래와 분류 누락이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암호화폐 투자 시장의 경쟁력이 ‘실질적 가치’와 ‘실용성’을 입증하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창업자에게는 후속 투자 지연에 대비한 운영자금 확보와 매출·라이선스 등 구체적인 성과가 중요해졌다. 전략적 투자 유치 과정에서는 특정 거래소나 체인에 대한 구속 조건도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격 상승이나 투자 유치 소식보다 기업의 수익 구조와 금융 인프라로서의 활용도를 확인하는 일이 시장을 읽는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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