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는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면서, 시장이 기술 성장의 방향 자체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크게 가격에 반영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실제로 시장의 흔들림은 이례적일 만큼 크다. 올해 들어 7월 21일까지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하루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은 28거래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의 26거래일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개별 종목에서는 변동 폭이 더 두드러졌다. 지난해 저점 이후 6월 고점까지 크게 올랐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최근 4주 동안 각각 30.8%, 28.7% 하락했다. 불과 6월 중순까지만 해도 두 종목을 사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불안 심리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주식을 들고 있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로 빠르게 바뀌었다.
이런 흐름은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 동력이 곧바로 꺾였다고 보기보다, 시장이 새로운 기술혁명의 속도와 수익 구조를 계속 다시 계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아직 산업 구조가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초기 단계여서, 어느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지, 데이터센터 투자가 얼마나 이어질지, 반도체 수요가 어느 수준까지 커질지에 대한 확신이 충분하지 않다. 미래를 먼저 반영하는 주식시장은 이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대와 우려를 번갈아 반영하게 되고, 그 결과 주가 진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반도체주를 흔든 재료들도 대부분 이렇게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능성에 가깝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인 베라 루빈이 예정대로 시장에 안착할지, 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구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계속할지, 중국 인공지능 기업들의 추격이 예상보다 빨라질지, 미국 장기금리 상승이 투자 사이클을 둔화시킬지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미국 장기금리가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가 실제로 꺾였다는 분명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단기간에 뒤집힌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비슷한 장면은 이미 한 차례 있었다. 지난해 인공지능 산업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던 시기에도 시장은 엔비디아의 제품 전환과 중국 딥시크의 부상, 미국 국채금리 급등을 두고 우려를 키웠다. 당시에도 엔비디아와 국내 반도체주는 큰 조정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블랙웰은 시장에 안착했고, 거대기술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졌다. 추론 인공지능이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부각됐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지수나 특정 자산의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만든 펀드) 같은 새로운 수급 요인까지 더해져 주가의 오르내림이 과거보다 더 확대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최근 조정은 인공지능 시대의 종말이라기보다, 시장이 미지의 산업을 두고 반복적으로 낙관과 비관 사이를 오가는 과정으로 보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 변동성은 곧바로 위험과 같은 뜻은 아니지만, 투자자에게는 큰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차입을 일으켜 투자하는 레버리지 전략이나 특정 고변동 산업에 자금을 과도하게 집중하는 방식은 더 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인공지능 산업이 성장 경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며, 시장은 당분간 큰 방향성보다 변동성 자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