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들이 7월 들어 미국 주식 매수를 다시 크게 늘렸지만, 6월과 7월 두 달 사이 보유 자산 가치가 50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 조정 국면에서 특정 대형 기술주와 고위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집중된 것이 손실 폭을 키운 배경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46억6천862만달러, 우리 돈으로 6조7천4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50억299만달러 이후 가장 큰 월간 순매수 규모다. 올해 들어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1월 이후 2월 39억4천905만달러, 3월 16억9천150만달러로 줄었고, 4월에는 4억6천893만달러 순매도, 5월에는 9억3천977만달러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후 6월 6억3천296만달러 순매수로 방향을 바꾼 뒤 7월 들어 매수세가 급격히 커졌다. 국내 증시가 6월부터 약세 흐름을 보이자 개인 자금이 다시 미국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매수 확대가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5월 말 2천41억달러에서 7월 30일 1천704억달러로 줄어 337억달러, 원화로 48조6천729억원이 증발했다. 감소 폭은 5월 말 평가액의 약 16.5%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7,580.06에서 7,437.63으로 1.88%, 나스닥지수는 26,972.62에서 25,122.18로 6.85% 하락하는 데 그쳤는데, 개인투자자 전체 평가손실은 지수 하락률보다 훨씬 컸다. 이는 시장 전체에 분산 투자하기보다 주가 변동성이 큰 종목에 자금이 몰린 영향이 컸다는 뜻이다.
실제 보유 비중이 높은 대표 종목들의 낙폭이 손실을 키웠다. 7월 30일 기준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종목은 테슬라로 보관액이 179억달러인데, 이 종목 주가는 5월 말 435.79달러에서 7월 30일 308.85달러로 29.1% 떨어졌다. 두 번째 보유 종목인 엔비디아도 같은 기간 211.14달러에서 195.04달러로 7.6% 하락했다. 여기에 더해 레버리지 ETF 투자 손실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6월과 7월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배 셰어스 ETF, 이른바 속슬로 37억7천486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이 상품의 보관액은 5월 말 53억5천326만달러에서 두 달 동안 40억달러 가까운 추가 매수에도 58억1천145만달러에 그쳤다. 해당 ETF 주가가 같은 기간 224.34달러에서 114.72달러로 사실상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는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몇 배로 확대해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라 방향이 맞으면 수익이 커지지만,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도 빠르게 불어나는 구조다.
비슷한 흐름은 국내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이 6월 22일 약 525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190억달러 수준까지 줄었다며, 개인투자자 전체 손실액이 약 387억달러, 우리 돈 5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외 증시를 오가며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개인 자금이 최근 조정장에서 동시에 타격을 입으면서, 앞으로는 예전처럼 시장을 강하게 떠받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주 변동성, 국내 증시 회복 여부, 그리고 개인투자자의 위험 선호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