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11일 미국 증시가 하락하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88.91달러로 마감했다. 유가 반등이 미국의 물가와 금리 경로를 다시 압박할 수 있다는 경계가 커졌다.
마켓워치는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80포인트 넘게 내린 약 5만3791로 거래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3%, 나스닥종합지수는 0.6% 하락했다.
장중에도 주요 지수는 상승분을 반납했다. 뉴욕 오후 2시 8분 기준 S&P500지수는 0.3%, 나스닥100지수는 0.4% 내렸다. 에너지·유틸리티·산업재 업종은 강세를 보였지만 대형 기술주가 지수에 부담을 줬다.
국제유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협상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0달러(약 13만원)를 넘어선 뒤 88.91달러(약 12만8000원)로 마감했다. 브렌트유가 앞서 하루 동안 5% 올라 87.72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높은 변동성이 이어졌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미국이 “행동을 바로잡기” 전까지 해협을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개 조건으로는 △미국의 군사 압박 중단 △제재 해제 △동결자산 해제 △전쟁 피해 보상이 거론됐다.
이란의 페르시아만 해협 담당기구는 지난 7월 12일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도 미국의 군사 개입이 끝나기 전까지 해협을 폐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이동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통행 차질이 발생하면 원유 공급 우려가 가격에 반영되고, 에너지 비용 상승은 물가와 금리 기대를 통해 주식과 채권 등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도 같은 거시경제 변수의 영향을 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미국·이란 협상 교착과 유가·금리 부담 속에 11일 장중 6만4000달러(약 9222만원) 아래로 밀렸다. 해협 재개 여부가 주식뿐 아니라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를 좌우하는 구조다.
마크 해킷(Mark Hackett) 네이션와이드 펀즈 그룹 수석전략가는 중동 위험과 유가 상승이 주식시장에 “약간의 압박”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전주 랠리와 비교하면 투자자들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하다고 평가했다.
시장 관심은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옮겨갔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발표 일정에 따르면 CPI와 실질임금은 12일 오후 9시 30분,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3일 같은 시각 공개된다. 두 시각은 한국시간 기준이다.
포천은 11일 보도에서 시장이 9월 금리 인상 확률을 약 5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 상승이 물가 압력을 높이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글러스 비스(Douglas Beath) 웰스파고 투자연구소 글로벌 주식전략가는 정제 에너지 제품 가격과 서비스 물가의 경직성을 근거로 단기 인플레이션을 경계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상품 물가뿐 아니라 운송비와 생산비를 통해 다른 항목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앤드루 홀런호스트(Andrew Hollenhorst)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에너지를 제외한 가격의 둔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CPI 세부 항목에서 에너지 상승분과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는 견해다.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AP통신(AP)은 이란과 오만이 별도 합의를 통해 해협을 다시 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초안에는 선박이 이란 쪽 항로로 진입하고 오만 쪽 항로로 출항하는 임시 방식이 포함됐다.
해협의 실제 운항 상태와 오만 중재안의 최종 문안, 미국의 후속 조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은 12일 오후 9시 30분 발표되는 미국 7월 CPI를 확인한 뒤 유가 상승이 물가와 금리 판단에 미칠 영향을 다시 평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