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관투자자들이 해외 투자 포지션을 점차 방어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 부담과 사모채권·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약세,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인공지능(AI) 관련 신용 위험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20일 발간한 '한국 투자자 심리' 보고서에서 "높은 배당 수익률을 제공하는 분산 투자로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자본 유지와 지역별 상대 가치, 벤치마크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구성, 선별적 투자 대상 선정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 국면에서도 회복력을 제공할 수 있는 고품질 수익 창출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채권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자산이 방어적 포트폴리오의 중심으로 거론됐다.
지역 배분도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많은 투자자가 환율 변동과 상대 가치 상승, 미국 증시 과대평가 우려를 바탕으로 투자 지역을 다시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자금은 미국에서 유럽 또는 한국 시장으로 재배분되는 흐름으로 설명됐다. 해외 투자 축소 자체보다 투자 방식의 변화가 두드러진다는 해석이다.
사모채권과 CLO에 대한 시각은 신중했다. 한국 기관투자자들은 이들 자산이 전통 채권보다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한다고 보면서도, 고금리 장기화가 차입자의 재무 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CLO는 기업 대출채권을 묶어 만든 증권이다. 통상 기초자산의 신용도와 금리 환경에 따라 수익성과 위험이 함께 달라져, 금리가 높은 기간에는 차입자 상환 능력이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이 때문에 특정 종목에 강하게 베팅하는 집중 투자보다 분산 투자와 벤치마크 추종을 고려한 구성이 선호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변동성 관리와 위험 완화,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대응할 유연성이 포트폴리오 판단의 앞단으로 올라왔다는 의미다.
AI 투자도 점검 대상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은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AI 기술 경쟁 구조 재편 속에서 장기 신용 위험을 인식하고 있으며, 어느 분야가 더 큰 혼란에 직면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대형주 쏠림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상품 보유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본지는 앞서 한국 투자자가 미국 대표지수 ETF와 나스닥·반도체 ETF를 함께 보유할 경우 AI 대형주에 중복 노출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의 별도 공식 자료에서도 한국 보험사의 해외 대체투자 신중론은 확인된다. 회사는 6월 24일 '한국 보험사들이 해외 대체투자에 신중해지고 있다'는 보고서에서 해외 사모채권과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위험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은 고수익 자산을 넓게 늘리는 방식보다 자본 유지와 변동성 관리, 위험 완화가 더 중요해졌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해외 투자 방향을 둘러싼 변수로는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 금리 흐름, 환율, AI 관련 신용 위험 평가가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