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곤(POL)이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의 디지털파운드 실험에서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연결하는 중소기업 무역금융 시나리오를 시험한다. 실제 고객이나 자금이 참여하지 않는 모의실험으로 디지털파운드의 상용화나 폴리곤 채택을 뜻하지는 않는다.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 6월 23일 갱신한 디지털파운드랩 2단계 참가자 명단에 NOBO 파이낸스(NOBO Finance Limited)와 던앤브래드스트리트(Dun & Bradstreet), 폴리곤의 협업 컨소시엄을 올렸다. 폴리곤의 신규 합류 발표라기보다 기존 2단계 협업에서 다룰 실험 주제가 구체화된 사안이다.
글로벌트레이드리뷰(Global Trade Review·GTR)는 컨소시엄이 전자 선하증권(eBL)을 기반으로 한 인보이스 팩토링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파운드의 연동을 시험한다고 전했다. 수출업체가 스테이블코인 결제망을 통해 대금을 먼저 받고 영국 수입업체가 디지털파운드로 최종 결제하는 시나리오다.
인보이스 팩토링은 기업이 외상매출채권을 금융회사에 넘겨 결제일 전에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전자 선하증권은 화물의 소유권과 운송 내용을 담은 종이 선하증권을 전자화한 무역 문서로, 이번 실험에서는 거래와 결제를 연결하는 기반으로 쓰인다.
폴리곤은 ‘오픈머니 스택’을 통해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의 전환, 내장형 지갑, 스테이블코인 결제, 스마트계약 인프라를 제공한다. 디지털파운드 자체를 폴리곤 위에서 발행하는 구조가 아니라 무역금융 과정에서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화폐가 연동될 수 있는지 살피는 역할이다.
디지털파운드랩은 중앙화 시스템과 분산원장기술(DLT) 시스템의 상호운용성을 시험하도록 설계됐다. 시범 원장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고 스마트계약 플랫폼은 별도 계층에 두는 구조다.
영국 중앙은행은 디지털파운드랩을 실제 고객과 실제 자금 결제가 없는 시뮬레이션 환경으로 규정했다. 규제 샌드박스가 아니며 참가자의 시연도 향후 정책 방향이나 특정 기업·서비스에 대한 승인 또는 보증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험의 배경에는 중소기업의 무역금융 접근성 문제가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ADB)은 2025년 세계 무역금융 공백이 2조5000억 달러(약 3400조원)로 2023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무역의 약 10%에 해당한다. 담보와 신용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은 통상 대기업보다 무역금융을 이용하는 데 더 큰 제약을 받는다.
이번 시나리오는 수출업체의 조기 자금 확보와 수입업체의 최종 결제를 서로 다른 디지털화폐로 처리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자 무역문서와 결제 수단, 스마트계약을 하나의 거래 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마크 보이런(Marc Boiron) 폴리곤 최고경영자는 “디지털머니가 실제로 세계 무역을 움직이려면 공공과 민간, 중앙은행 화폐와 스테이블코인 등 서로 다른 형태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GTR은 전했다. 서로 다른 결제 시스템의 연결이 디지털화폐를 무역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전제라는 설명이다.
다만 실험 단계에서는 기술적 연동 가능성을 확인할 뿐 실제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해당 결제 구조를 채택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파운드의 발행 여부와 운영 방식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제도권 결제망이 블록체인을 투자 자산이 아닌 결제·정산 인프라로 활용하려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지가 앞서 전한 웰스파고의 기업용 토큰화 예금 결제 도입도 기존 은행 인프라와 블록체인 기반 결제를 연결하려는 흐름에 해당한다.
영국 중앙은행은 2026년 안에 디지털파운드 추진 여부를 발표하고 설계 청사진과 공동 평가 결과를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디지털파운드랩 2단계 실험은 2026년 7월까지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