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지털자산 규제의 핵심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시행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법안에 맞춘 실행 규칙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앤 켈리(Anne Kelley) 전 미 증권거래위원회 직원은 14일 공개 글에서 "클래리티 법안이 순조롭게 통과되더라도 SEC와 CFTC는 실행 규칙을 작성해야 하며 전체 과정에는 적어도 수개월이 걸린다"고 밝혔다고 오데일리(Odaily)는 전했다. 켈리는 법안 통과가 곧바로 시행을 뜻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클래리티 법안은 디지털 상품과 관련 중개기관의 규제 틀을 세우는 법안이다. 디지털 상품 거래와 중개기관 감독에서 CFTC의 역할을 키우면서도 일부 1차 발행 거래에는 SEC 권한을 남기는 구조다.
쟁점은 법률 문구와 실제 감독 규칙 사이의 간격이다. 켈리는 SEC의 토큰화 혁신 면제 공개 회의가 규칙 제정 절차의 첫 단계일 뿐이라고 봤다. 이후 제안 규칙 공개, 의견 수렴, 최종 규칙 채택 절차가 이어진다. 실질적 구속력이 있는 공식 규칙은 미국 행정절차법(APA)에 따라 사법 심사를 견딜 수 있는 방식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CFTC도 일반적인 규칙 제정 과정에서 제안 규칙을 연방관보에 공개하고 의견을 받은 뒤 접수 의견을 반영해 최종 규칙을 낼 수 있다. 통상 의견 수렴 기간은 30~60일이며, 최종 규칙에는 별도 시행일이 붙을 수 있다. 법안이 통과돼도 감독기관이 곧바로 모든 세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클래리티 법안은 이미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절차가 남아 있다. 앞서 SEC가 의회 처리 지연 시 자체 규칙 마련을 시사한 가운데, 클래리티 법안의 최종 표결은 9월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켈리는 규칙 제정 도중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감독기관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기존 제안에 보충 제안 규칙 제정 통지(SNPRM)를 붙여 수정하고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법안 통과 이후에도 규제 공백을 줄이면서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비교 대상으로는 지난해 7월 18일 공법이 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거론됐다. 이 법은 결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담고 있으며, 시행일은 제정 18개월 뒤 또는 관련 최종 규정 발표 120일 뒤 중 빠른 날로 정해졌다. 법이 제정됐더라도 세부 규정 마련과 시행까지 별도 시간이 붙는 구조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 논의는 단순한 미국 입법 일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주요 디지털자산의 미국 내 분류와 거래 인프라 감독 기준이 SEC와 CFTC 규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다만 법안과 규칙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실제 최종 문안과 시행 시점이 확인된 뒤 따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