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주식시장 규칙 폐지안을 두고 시장조성사와 거래소, 투자자단체의 의견이 엇갈렸다. 쟁점은 더 나은 공개호가를 보호해 온 Regulation NMS의 규칙 611을 없앨지 여부다.
SEC는 6월 11일 Regulation NMS의 규칙 611과 규칙 610(e)를 폐지하는 규칙개정안을 제안했다. 규칙 611은 다른 거래소에 더 좋은 공개호가가 있을 때 그보다 불리한 가격으로 체결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trade-through' 금지 규정이다. 규칙 610(e)는 잠기거나 교차된 호가를 제한하는 조항이다.
의견 제출 기한은 8월 17일이었다. 현재 안은 최종 규칙이 아니라 제안 단계이며, SEC는 접수된 의견과 경제분석을 검토한 뒤 채택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시타델증권(Citadel Securities)은 이 제안에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크립토브리핑(Crypto Briefing)은 시타델증권이 해당 제안이 유동성, 가격발견, 리테일 투자자 보호를 해칠 수 있다는 취지로 반대했다고 전했다. 시타델증권은 보호호가에 최소 거래량 기준을 두는 방안을 대안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칙 611은 2005년 Regulation NMS의 핵심 축으로 도입됐다. 미국 주식시장이 여러 거래소와 대체거래시스템으로 나뉘어 거래되는 상황에서 공개된 최선가격을 건너뛰는 체결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이 때문에 폐지 논의는 단일 조항 수정이 아니라 주문 라우팅, 전국최우선호가(NBBO), 시장데이터 배분까지 건드리는 시장 구조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찬성 측은 기존 규정이 시장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그룹은 8월 17일 의견서에서 제안에 찬성하면서도 best execution과 NBBO 관련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규칙 611이 주문흐름과 SIP 수익 배분을 왜곡해 거래소 분화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PTG도 제안이 시장 구조를 단순화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best execution 가이드라인, 시장데이터 수익 배분, NBBO 신뢰성, 거래소 수수료 점검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대 측은 보호장치를 먼저 없애는 방식이 리테일 투자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Better Markets는 규칙 611 폐지가 투자자를 최선가격 보호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Healthy Markets Association도 best execution의 객관적 기준이 약해질 수 있다고 반대했다.
Vanguard는 양면 평가를 내놨다. 대형 복합 주문에는 실행 유연성이 커질 수 있지만, 규칙 611이 리테일 투자자를 보호해 온 점도 함께 강조했다. 폐지에 따른 이익과 비용이 투자자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취지다.
중간 지점도 제시됐다. SIFMA는 SEC가 불필요한 복잡성과 거래장소 난립을 줄이려는 목적은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규칙 611 폐지가 NBBO와 best execution 체계를 흔들 수 있다며, 최소 거래량 기준과 즉시 접근 가능한 호가만 NBBO에 포함하는 방식을 보완책으로 제안했다.
AIMA는 이번 제안이 지난 수십 년간 가장 큰 구조 변경 중 하나가 될 수 있는데도 투자자와 시장 품질에 대한 누적 효과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ASA도 폐지 방향은 지지하면서 객관적 best execution 기준 상실, NBBO 구성 변화, 대형 브로커의 장외거래 확대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번 논의는 크립토 시장과도 맞닿아 있다. SEC의 시장구조 개편은 토큰화 증권 등 디지털자산 기반 거래 인프라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본지는 앞서 블록체인협회가 같은 규칙 폐지안을 두고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전통 주식시장 규칙을 어떻게 고칠지는 디지털자산 기반 거래 인프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토큰화 증권 거래는 주문 라우팅, 결제, 기록 관리 방식이 기존 전자거래소와 다를 수 있어 같은 규칙을 그대로 적용할지 별도 기준을 둘지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
SEC의 안은 최종 규칙이 아니다. 코멘트 접수는 끝났지만 위원회가 의견과 경제분석을 검토한 뒤 다시 판단해야 한다. 시장에 미칠 영향은 규칙 611 폐지 여부뿐 아니라 NBBO 산정, 브로커의 주문 라우팅, 시장데이터 배분 기준을 어떻게 함께 손볼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