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여력이 약 30조원 늘었지만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문턱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 현대해상과 삼성화재가 일부 상품의 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총량 확대분이 모든 대출 창구로 퍼지지는 않는 흐름이다.
현대해상은 11일부터 보험료 납입면제 계약 상품을 대상으로 보장해약환급금에 대한 보험계약대출 한도를 0%로 낮췄다고 연합인포맥스는 전했다. 기존 한도는 적립 해약환급금의 95%와 보장 해약환급금의 60%였지만, 변경 뒤에는 적립 해약환급금의 95%만 한도 산정에 반영된다.
보험료 납입면제 계약 상품은 적립된 해약환급금만 대출 한도 산정에 반영하고, 보장 부분 해약환급금은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보험사가 보험계약대출을 줄이면서 가계부채와 보장 공백 위험을 동시에 관리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화재도 27일부터 일부 보장성 상품의 보험계약대출 한도를 축소한다. 상품별로 적립 해약환급금의 70% 또는 85% 수준만 대출 한도로 인정한다.
종전에는 보장 부분 해약환급금의 60%와 적립 해약환급금 70%를 더한 금액, 예상 만기 환급금의 70% 가운데 적은 금액을 비교해 한도를 정했다. 변경 뒤에는 적립 해약환급금 기준으로만 보험계약대출을 취급한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상품이다. 별도 신용평가 없이 이용할 수 있어 차주의 접근성이 높고, 보험사는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보험권 가계대출의 주요 축으로 관리한다.
다만 원리금 상환액이 해약환급금을 넘으면 보험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계약자는 급전을 마련할 수 있지만, 계약 해지로 기존 보장을 잃을 수 있어 보험사는 대출 취급과 보장 공백 위험을 함께 따져야 한다.
이번 조정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흐름과 맞물린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0% 수준으로 높였고, 본지는 앞서 약 30조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주거 실수요 자금에 우선 배분되는 구조를 전했다.
총량 목표가 올라갔다고 보험계약대출 한도가 함께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도금·이주비·잔금대출처럼 입주 일정과 연결된 집단대출이 우선 배분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보험사들은 주택담보대출 외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은행권 대출 창구에서도 먼저 나타났다. 본지도 앞서 일반 주택담보대출 창구가 곧바로 넓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금융당국 집계에서 지난달 보험사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약 7000억원이었다. 6월 증가액 1조1000억원보다 약 4000억원 줄어 증가 속도는 한풀 꺾였다.
다만 보험계약대출은 차주가 해약환급금을 활용하는 성격이 있어 단순한 대출 축소와는 다르다. 대출을 막으면 계약자가 보험을 해지해 급전을 충당할 수 있어, 한도 관리는 가계부채 억제와 보장 유지 사이의 균형 문제로 이어진다.
한 보험업권 관계자는 “빚투 열풍이 누그러지면서 보험사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방향을 틀었으나 아직 안심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보험계약대출은 대출이 아예 막힐 경우 계약자가 해지해 급전을 충당하는 수가 있어 보장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대출을 줄이더라도 계약자 보호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보험사의 총량 한도 논의는 은행권 한도 배분이 마무리된 뒤 이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화재의 일부 보장성 상품 한도 축소는 27일부터 적용된다.

